집중에 대하여

공부를 위한 최소한의 방법(01)

by 김똑띠

최근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 불과 재》가 개봉했습니다. 제가 아바타 1편을 대학 1학년 겨울방학 때 아버지와 함께 본 기억이 있으니, 시리즈의 3편인 이번 영화가 개봉하는 데 16년이 걸렸네요. 아바타 시리즈는 2031년까지 앞으로 두 편 더 개봉한다니, 시리즈 제작의 시간적 스케일에 영화팬들은 놀람과 설렘을 함께 안고 그날을 기다리겠지요.


이번에 개봉한 아바타 3편은 다른 면으로도 '시간적 스케일'을 유감없이 뽐냈습니다. 영화의 긴 러닝 타임 때문입니다. 무려 3시간 17분. 보통의 영화 2편을 연달아 볼 수 있을 시간 동안 아바타를 보는 관객들은 앉은 자리에서 꼬박 영화 한 편을 보아야 합니다.


영화가 재미라도 없었다면 모를까, 워낙 흥미진진한 전개와 볼거리가 많으니 중간에 화장실도 잠깐 다녀오기가 쉽지 않겠더군요. 실제로 이번에 개봉한 아바타를 극장에서 보았다는 저의 지인 중에는 3시간 20분의 러닝타임을 오롯이 즐기려 영화 시작 몇 시간 전부터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은 건 당연하고, 영화 중에 흔히 즐기는 음료도 한 잔 가지고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영화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았을 만큼 재밌었다고 합니다.



3시간 앉아있기


3시간 20분. 사람이 200분을 꼼짝 않고 무언가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게 믿어지시나요? "머리는 좋지만 집중력이 약해서 탈인" 수많은 사람에게는 꿈만 같은 이야기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대로 공부를 시작해 보려 독하게 마음먹고 자리에 앉아도 10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발가락부터 꼼지락거리기 시작하는 우리 아니던가요?


이런 의문에 어느 누군가는 이렇게 답할지 모르겠습니다.


"영화는 재밌잖아요! 재미있으면 3시간, 4시간도 집중할 수 있어요! 공부는 재미가 없단 말이에요."


맞습니다. 공부는 재미가 없습니다. 공부가 정말 재미있는 것이라면 누가 데이트를 영화관에서 하겠으며, 소개팅도 스터디카페에서 하겠습니까.


『논어』에도 "나는 아직까지 이성(色)을 좋아하는 만큼 덕 쌓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못 봤다"는 공자 말씀이 있습니다. 천하의 공자 아래에서 공부한다는 제자들도 이성(色)을 더 좋아했다니, 공부가 영화나 게임만큼 재미있을 수 있다고 우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다만, 영화는 어떻게 공부보다 오래, 그리고 편하게 할 수 있는지. 그중에 공부에 조금은 응용할 수 있을 팁이 있을지. 공부를 위한 최소한의 방법을 조금 들여다보려 합니다.


바로 '집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50분 딱! 집중할 수 있나요?


하루는 길을 가다 어느 입간판을 보게 되었습니다. 입간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는 50분 동안 딱! 집중할 수 있나요?"


입간판이 서 있던 곳은 모 독서/토론 학원 앞이었습니다. 독서와 토론을 전문적으로 배우면 장시간 집중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겠지요. 독서하는 사람의 모습을 언뜻 떠올려보아도, 차분히 책장을 넘기며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쉽게 생각납니다. 그러니 저러한 광고가 많은 학부모에게 먹히는 것이겠지요.


과연 저희 어머니가 입간판을 보셨다면 어떻게 반응하실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어머니는 저 물음에 무어라 답하실까. TV도 없는 집에서 책 읽으며 시간 보내기 좋아하는 아들. 책을 좋아해서 서점 가기를 좋아하고 한때는 서점 사장이 되고 싶다 말했던 아들. 취미로 글을 쓰고 책도 여럿 쓴 아들. 50분짜리 수업을 하루에도 몇 개나 해내는 선생 아들. 그 아이는 50분 동안 딱! 집중할 수 있나요?


아마도 어머니는 "아니요"라 잘라 말하셨을 겁니다.


책을 아무리 많이 읽고, 쓰고, 말하여도 50분을 쉬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인간은 지구상에 몇 되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의지가 나약해서가 아닌, 인간의 뇌 자체가 무언가에 집중하는 일을 10분 이상 지속하기를 어려워하기 때문입니다.



10분


실제로 사람의 최대 집중 시간을 알기 위해서 진행된 여러 실험의 결과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독서, 연주, 그림 그리기 등에 몰두한 사람의 안구 움직임을 추적해 보니 꼭 10분 정도가 지나면 그들의 눈이 슬쩍 대상에서부터 주변으로 이탈하는 모습이 관찰되었습니다.


안구 운동뿐만 아니라 그들의 뇌 활성도를 관찰해 보아도 그렇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이 각자의 활동에 몰두한 지 10분 정도가 지나자 뇌 영역의 활성도가 낮아지며 다른 부위의 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인간은, 뇌를 가진 인간이라면 누구나 10분 정도가 지나면 집중이 약해지며 마음이 겉도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마인드 원더링(Mind-wandering)'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집중은 '길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연장'되는 것입니다. 사람은 "50분 딱!" 하는 것이 아니라 10분 남짓을 여러 번 연장할 수 있습니다. 몇 번이고 흩어지는 집중력을 다시 붙잡고 자리에 앉히는 요령과 기술이 있는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이들을 우리는 "집중력이 좋다"고 칭찬합니다.


그렇다면 대체 집중은 어떻게 연장하는 걸까요? 그 비밀을 알기 위해서는 마인드 원더링 현상에 대해서 조금 더 살펴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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