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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개비 Mar 27. 2023

100회 특집

세상의 미래를 바꾸려는 장군의 꿈

남쪽에서는 주파수 문제로 다소 생소한 방송인 국방 FM,  그중에 "국민과 함께 국군과 함께"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매주 목요일 김인수 예비역 육군 준장등장해 세계명작산책이라는 타이틀로, 한 주 간의 주요  사회이슈와 어울릴 만한  책의 작가와 줄거리를 소개하고, 현실에 접목할 교훈을 얘기해 준다.

前 수도군단 부군단장, 김인수 예비역준장

김인수 장군...

그는 '작가'라고 불리우는 것을 더 고마워한다.

예비역 육군 장, 등단 시인이자 수필가, 종합문예 교양지 <연인>의 편집위원 등등 그를 표현하는 명함은 많지만, 정작 그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표현은 휴머니스트 군인작가이다. 사관생도 시절, 책벌레였던 그는 국군의 날 행진 때 화랑서점 주인이 직접 목에 꽃다발을 걸어주었을 만큼 평생을 책과 가까이했다. 논산훈련소 중대장 시절, 훈련병들에게도 부단한 독서를 강조하였고, 박봉에도 불구하고 사비를 털어 도서 보내기 운동을 실천하면서 예편하는 날까지 군문의 독서의식 고취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무지한 전사의 손에 쥐어진 총칼은
폭도의 흉기보다 위험하다


때로 독서 함양을 통해 병영 문화를 개선하고, 병사 간의 지적 연대를 만들어 내려는 그의 노력이 군대문화라는 난관과 수 십 차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여기서 아무리 많이 적은 들 독서함양을 위한 그의 좌충우돌 행적을 모두 기록하지는 못한다. 다만, 그는 예편 전인 2014년 8월 1일부터 지금까지 매일 아침 페이스북과 네이버 밴드에 인산편지라는 글을 올리고 있다. A4용지로 환산해서 이어 붙이면, 애진즉 백두산 높이를 넘어섰다.

누구는 이러한 그의 노력을 집착이라 폄훼하고, 또 누구는 집요하다고 폄하한다. 그것은 독자의 개인적 경험이 가치를 결정할 일이지만, 필자가 본 그의  끈질김은 용기이다. 나태해지려는 자신을 채찍질하는 용기이고, 포기하려는 독자들과 함께 가려는 용기이다.


예편 후, 본격 시작한 국군 FM방송이 어느덧 100회를 맞이했다. 시작할 당시에는 독서를 멀리하는 요즘 세태가 현실이다 보니, 채 6개월을 갈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지난 3월 16일 마침내 100회 방송을 했다. 요즘처럼 책이 안 팔리는 시대에 1인 독서 방송 횟수가, 말이 100 회지 무려 100주간 동안을 이어진 것이니 진심으로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제 아무리 AI가 똑똑해진다고 해도, 책을 읽고 작가와의 문학적 교감을 이루어 내는 것은 결국 인간의 영역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서 전원일기를 능가하는 장수 프로그램이 되시길 응원드리게 된다.

선, 후임이 갈굼을 하기보단 독서와 독후 토론을 하게 되는 모습을 상상들 해보시라. "이걸요? 제가요? 왜요?"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셀프 사유력을 갖춘 MZ세대가 전역 후 이 나라의 동량이 된다고 생각해 보시라.

인생의 초반을 성적과 학원에 짓눌려 살았던 우리 아이들 세대가 2년 만이라도 독서를 취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세상의 미래를 바꿀 책 읽기 일 것이다. 대량 살인을 위한 고급기술을 배우는 훈련소에서, 병영에서 세계 명작과의 만남이라는 고상한 지적(智的) 행위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이겠는가를 따져 보면, 장군의 "세미책운동"에 찬사를 보내게 된다.


100회


1년 11개월의 매주 목요일 방송. 참으로 대단한 회(壹百回)이다. 이것은 단순한 헤아림이 아니다.

명리학자들에 따르면, '백회(百會)'는 머리의 정중앙부에 위치하며, 땅과 하늘이 인간을 통해 연결되므로 그 중요한 천지교감을 위한 안테나의 정점이다. 한의사들의 진단으로는 '백회' 한 군데 뜸을 뜨면 치매를 포함해 정신질환과 관계되는 백 가지 질병을 예방하고 고치는 자리라고 한다.

또 하나,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  '마그네샤 백회(白灰)'가루이다. 백회는 운동회가 열리는 운동장에 경계를 구분 짓기 위해 똑바른 줄을 긋는 용도로 쓰인다. 인산 김인수 작가의 100회 방송도  혼탁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정신을 건강하게 해주고, 혼탁한 삶에 정연한 줄을 그려 다.

과탄산소다으로써의 '백회'는 더러운 오염을 세탁하는데 쓰이며, 산화칼슘인 '백회'는 미생물과 바이러스를 사멸시키고, '백회(石白灰)'를 마감재로 사용한 조선왕릉은 500년 세월 동안 도굴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

백회(白灰), 백회(百會), 그리고 인산선생님의 "세상의 미래를 바꿀 책 읽기" 100회, 모두가 내면삶이 피폐해지는 것을 막아 주었다.


세미책 운동
세상의 미래를 바꿀 책 읽기


수도군단 부군단장으로 예편을 하였으니, 이른바 전관예우라는 명분으로 달콤한 유혹들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하지만 그는 "병영에 도서 보내기 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그 모든 유혹을 마다했다. 그에게 시대의 영웅이라는 식의 거창한 수식어를 사용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개인의 영달을 포기하고 그가 이루려 하는 것이 미래세대의 주역인 병사들의 지적 사유력 향상과, 그것을 통한 굳건한 자아 확립이라는 것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그의 청백을 위한 굳건한 노력이 선비의 집착이 될까봐이다. 개인의 영달을 위한 것은 기회주의가 맞겠지만 다수를 향한 날개짓은 대의일 것이다.


인산 김인수 작가시여!

너저분한 세상의 한가운데 중심을 잃지 않고, 깃발 하나 우뚝 세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진하고 계신 모든 일이 만사형통하시길 최선을 다해 응원드리겠습니다. 지난 100회 수고하셨고, 두 번째, 세 번째 계속 더해지는 100회의 감격을 고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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