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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개비 Aug 06. 2023

<더 문> (2023.김용화 감독)

한국형 SF의 마중물

<더 문>은 SF 영화다.
그러나,

일부 관객들 사이에서 <더 문>이 속한 SF는 "Sin Fa 신파"의 약자라고 조롱하는 이들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 모든 혹평과 우려를 뒤로 하고  한국형 SF라는 새로운 쟝르의 출발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주저 없이 관람을 하였다. 필자에게 <더 문>의 SF는 분명, 한국 영화계의 "Sin Fado 신(新)파도"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필자에게 한국영화나 드라마에서 가장 어울리지 않는 쟝르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SSF(Space Science Fiction)라고 해왔다.

오래 전 인형극 수준의 조잡한 합성으로 외계를 다루었던 영화들을 제외시키고 보면, 그럴듯한 환타지와 CG(컴퓨터 그래픽),VFX(시각특수효과)제대로 결합한 "외계+인, 인랑, 그리고 미래형 SF 정이" 등도 있었지만, 백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우주'라는 공간을 본격적으로 다룬 한국영화는 전무했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래서 한국영화는, 결코 달에 착륙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볼모지에 "승리호(2020. 조성희 감독)와 고요의 바다(2014영화, 2021드라마.최항용 감독)"라는 시도가 있었고, <더 문>이 그 뒤를 이었다.

2014. 고요의 바다. 미장센단편영화제 출품작.30분

영화는 이미 개봉했고, 흥행성적은 그리 좋지 못하다. 개봉 이틀 만에 4위권으로 밀려 났으니, 단순 추정으로 제작비 280억을 회수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문>은 한국영화를 사랑하고 한국영화의 발전을 응원하는 이들이라면, 특히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이들이라면 꼭 보아 주어야 하는 일종의 마중물 영화이다.


여하한, 냉정한  평가는 필요하다. 낮은 평점의 지적들을 구체적으로 살펴 보고, 필자의 관람평을 기록해 둔다. 이 영화는 분명히 한국영화가 달나라로 향하는 "The 문(門)"이니 말이다.



<더 문>은 겨우 이런 수준의 영화이다.


1. 눈물 콧물 짜내는 철 지난 신파이다.

지극히 공감한다. 그러나 그런 신파가 우리의 DNA에 녹아 있는 정서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280억이라는 제작비를 어디에 썼을지 충분히 짐작되고도 남는 훌륭한 CG와 VFX에도 불구하고, 설경구 배우의 출연작 <해운대>의 우주버전 이라는 조롱도 있고, <비상선언>의 달나라 버전이라는 비웃음도 있다. 재난영화인지, SF영화인지, 휴머니즘 영화인지 쟝르가 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달과 우주를 사실적으로 구현한 영상미를 무색케 하는 혹평이긴 하지만, 사랑, 의리, 애국심, 희생, 가족애, 도덕성 등등 관객의 눈물과 공감을 유도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휴머니즘적 요소를 과하리 만치 충분히 사용했다. 그래서 "스크린 안에 있는 모든 배우들은 울고, 스크린 밖에 있는 모든 관객은 헛웃음 짓는다"는 부작용을 불러왔다.

나 많이 아파요... 같이 아파 해주세요... 하...
2. 빈약하고 허술한 서사이다.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냉정하게 현실을 보자.

한국 영화팬들이 시나리오를 판단하는 수준은 이제 국제적인 수준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우주과학적 수준은 어떠한가?굳이 데이터를 찾아 볼 필요 조차 없이 위성을 실은 로켓 하나의 발사 성패에 온 나라가 떠들썩 하다.

이런 지경에 우리에게 어떤 우주적 서사가 있을 수 있겠는가 반문 할 수 밖에 없다. 애초에 54년 전에 달에 직접 착륙했던 미국과 이제 겨우 스크린에서 배우 한 명을 달에 보내는 우리가 같은 우주적 서사를 가질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인간은 경험하지 못한 거짓말은 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있다. 관객의 시나리오 수준이 높다 한들, 경험칙이라 할 만한 우주적 서사가 없으니 달나라의 모험을 다루는 서사는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사실, 러닝타임 129분은 달에 첫발을 디딘 김용화 감독이 표현하고 싶은 모든 서사를 풀어 놓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편집은 다소 쫓겼을 것이고, 사건과 인물의 설명도 다소 부족해졌으며 서로 간의 개연성도 의심 받는 참사를 빚었다.

헐리웃 우주재난 영화에서는 너무나 흔한 백보드이다.
3. 배우들의 과도한 감정 연기가 거슬린다.

설경구, 김희애...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두 배우가 스크린의 중심을 차지하고 이성민, 김래원 등등 내로라 하는 배우들이 특별출연으로 지원 사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호평을 주긴 어렵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다른 영화에서 옷만 바꿔 입은 듯한 설경구(김재국 박사)와 박병은(현 센터장 역), 조한철(과기부 장관 역) 등의 연기가  잘 섞이지 않은 곡물 차를 보는 듯 불편했고, 도경수(황선우 대원)의 연기 또한 생활형 연기가 아닌, 연기를 위한 연기라는 점이 자꾸 감지되었다.


그러나, 김희애 배우가 인터뷰에서 회고한 것처럼 모두가 달나라에서 만큼은 신인 배우였다.


김희애 배우"나를 신인 배우처럼 만드는 신선한 자극이었다. 배우로서 다른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레는 마음을 표현한 적이 있다. 우리 관객들은 많은 헐리웃 영화들을 통해 수준 높은 우주전문 관객이지만, 배우들은 처음으로 우주 재난을 연기한 신인배우들이었다.

첫 한국인 NASA책임자... 필자도 낯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문>은 이런 영화이다.


등산을 즐겨하는 필자는 겨울이면 눈이 쌓인 지리산 능선을 걷곤 한다. 그때는 먼저 지나간 이들이 만들어 놓은 발자국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그들이 다져 놓은 길이 아니라면 키높이를 넘어서는 눈 속에 빠져 허우적 거려야 하고, 새로이 길을 내기 위해 곱절의 체력과 시간을 낭비해야 한다.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지만 선행자들의 노력 덕분에 편한 산행을 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더 문>은 이런 영화이다.


달과 우주를 표현한 GG와 VFX를 이질감 없이 잘 표현해서 추후에 이런 쟝르의 영화가 나온다면 경험칙을 활용해 제작비를 절감시킬 수 있고, 다른 나라의 제작에도 기술을 보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미 한국인 특수효과팀들이 헐리웃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메이킹을 보고도 믿기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게 묘사되었다.

그리고, <더 문>은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한층 확대한 영화이다. 80~90년대 인기에 영합한 특정한 쟝르만을 줄곧 찍어대던 홍콩영화가 어떻게 되었는가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한국영화계도 지금 당장 우세한 추세는 존재한다. 다소 잔인하고 폭력적이며 비정한 복수를 통해 대리만족을 주는 영화들이 시리즈로 발표되고 승승장구 하고 있다. 하지만 홍콩영화 제작자들이 실패한 길을 따라가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은 어색하게 느껴지는 쟝르와 철지난 쟝르가 혼재하는 영화에 영화비를 지출하는 것을 아끼지 말아 줄 것을 독자 제위께 부탁드린다.


행여, 한국 우주서사 SF의 마중물인 <더 문>이 흥행에 실패해 영화 속에서 폭발했던 '나래호''우리호'와 같은 운명을 맞이할까봐 걱정이다.

물론, 수준이하의 모든 영화에 영화비를 지출 하는 것을 권유드리는 것은 아니며,  영화가 수준을 고민할 정도로 마감이 떨어지는 영화는 더 더욱 아니기도 하려니와, 단지 영화사적인 의의와 CG, VFX로 평가해 볼 때 <더 문>은 지출할 가치가 충분히 차고 넘친다.


어떠세요. 마음의 문(門)을 열고 <더 문>을 보러 가시죠!





본 영화평은 "내돈내산" 후기이며, 영화관계자와 일체의 교감없이 작성되었습니다.

본문에서 사용된 사진들은 인터넷 서핑 중에 금지 표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 CJ ENM 홍보 자료 중에서 가져 온 것들 입니다. 만일, 공개범위 오해로 인한 저작권 위반 소지가 있다면, 지적에 따라 삭제하고 변경조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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