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수출입 업무를 하다 보니 컨테이너를 수송하는 대형 차량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다. 그렇긴 해도 도심 외곽의 외진 곳에 위치하다 보니 진출입로가 좁아서 상당히 난이도가 있는 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운전이 능숙한 기사님들이 반복적으로 배차되고, 자연스레 베테랑 단골 기사님들이 생긴다.
그중에서도 팔순을 목전에 두신 '김기사님'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단연코 Top 드라이빙을 구사하신 분이다. 그래서 좀 더 주의를 요하고 난이도가 있는 화물은 꼭 지정 배차를 하였다. 오늘 또 두, 세 달에 한 번 나오는 그 난이도 화물이 나왔고, 어김없이 '김기사님'에게전화를 했다. 평상시와 다르게 전화연결음이 길었고, 잠시 후 낯선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 OO 기사님 전화번호가 바뀌신 건가요?"
"저희 남편 이제 더 운행 안 합니다......"
연세도 있으시고, 코로나 상황이기도 하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겹쳐 최대한 예의 있는 질문을 조합하고자 잠시의 침묵이 필요했다.
"혹시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지난 일요일에 돌아가셨어요."
뭐라도 말을 하고 싶었는데, 마치 머리를 어딘가 부딪힌 것처럼 적절한 말이 생각이 나질 않았다. 황망함에 더 말을 잇지 못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후회가 된다.
유족에게 위로의 인사조차 여쭙질 못했으니 나이를 헛먹은게다. 그래서 부랴 부랴 메시지를 넣었다. 영전에 이게 무슨 소용일 까만은......
오실 때마다 회사 직원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업무 협조를 해주시던 모습과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보여주시던 호탕한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 죽음은 이렇게 전해 듣는 것이구나.
병원에서는 의사에게, 지인들은 전화기로, 또 누군가는 부고란을 통해서.....
가족도 아니고, 같이 직장을 다닌 직장동료도 아니었지만 김기사님의 운명 소식은 하루 종일 "삶의 일부인 죽음"을 생각하게 한다. 연락이 뜸했던 지인들에게 감사와 그리움 담아 전화를 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