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 쏘아올린 폭죽
“꽃은 땅에서 쏘아올린 폭죽이다.” 화가 김선두의 이 한 문장은,
자연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를 바꾼다.
우리는 꽃을 감상하고 관람하지만, 이 말을 듣는 순간 꽃은 더 이상 수동적인 관찰의 대상이 아니다. 꽃은 스스로를 선언하는 존재가 된다. 그리고 그 선언을 포착한 화가의 마음 또한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은 숙련된 기술 너머에 있는,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이다.
폭죽은 축제를 위해 준비되지만, 터지는 찰나의 빛은 그 어떤 설명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꽃 또한 그렇다. 피기 위해 변명하지 않고, 의미를 증명하지도 않는다. 다만 살아 있음의 전력을 다해 한순간을 밝힐 뿐이다. 이처럼 설명을 거부하는 꽃의 태도는 아이의 그림을 떠올리게 한다. 잘 보이기 위해 그리지 않고, 의미를 계산하지 않은 채 눈앞의 세계를 그대로 믿고 그리는 마음 말이다.
김선두의 회화에서 느껴지는 힘은 바로 그 지점에서 비롯된다. 그의 꽃은 예쁘기 위해 그려지지 않는다. 오히려 삶의 무게를 견뎌낸 존재만이 가질 수 있는 단단한 아름다움, 그리고 한 번뿐인 생의 순간을 기어이 드러내는 용기를 품고 있다.
땅은 어둡고 묵묵하다. 씨앗은 오랜 시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다린다. 그리고 어느 날, 조용한 인내의 시간이 끝나면 꽃은 하늘을 향해 터진다. 그 순간은 겸손하지만 결코 소심하지 않다. 폭죽처럼 화려하지만, 폭죽보다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그래서 그의 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왜 피었는가”를 묻기보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를 묻게 된다. 어린아이처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세상을 바라보려 했던 화가의 시간까지 함께 보게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예술도, 인간의 삶도 그렇다. 성과나 결과가 아니라 견딘 시간, 눌러온 침묵, 보이지 않던 준비의 시간이 마침내 한순간의 빛으로 터지는 것이다.
꽃은 땅에서 쏘아올린 폭죽이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땅에서, 각자의 속도로, 언젠가 자신만의 빛을 터뜨리기 위해 오늘도 조용히, 어린아이처럼 다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중이다.
글 ㅡ 김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