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미술,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by 김진경

요즘 미술교육 현장을 보면

문제는 단순히 수업 방식에 있지 않다.

커리큘럼이 아직도 80년대에 머물러 있거나,

여기저기서 짜집기한 배껴 그리기와

보여주기식 결과 중심 수업이

아무렇지 않게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유통된다.

그중 상당수는

무허가 학원이거나,

교육자로서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운영이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문제는

작가와 미술 교육자를

같은 위치에 놓는 착각이다.


작가와 미술 교육자는

같은 미술을 다루지만

전혀 다른 분야에 서 있다.

작가는 자신의 세계를 책임지고,

미술 교육자는

타인의 시간을 책임진다.

그래서 요구되는 자격과 윤리도 다르다.


나는 작가가 아니다.

나는 미술 교육자다.

내가 책임지는 것은

내 이름의 작품이 아니라

아이들이 어떤 눈을 갖게 되는지,

어떤 태도로 실패를 견디게 되는지다.


이 상황을 설명할 때

나는 종종 영어 교육을 떠올린다.

미술교육이 영어교육과 닮은 이유는

둘 다 사용해보지 않으면

절대 몸에 남지 않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영어를 실제로 말해보지 않고,

단어와 문법만 외운다면

그것은 언어가 아니라 시험 과목에 불과하다.

미술도 마찬가지다.

그려보지 않고,

판단해보지 않고,

실패를 통과하지 않는다면

그림은 사유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현장에는

그림을 오래 그려보지 않은 사람이

아이를 가르치고,

사유 없이 따라 그리기만 하는 수업이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그래서 미술교육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화려한 결과물도,

빠른 성과도 아니다.

이 분야에서

10년, 20년 이상

교육자로서의 전문성을 쌓아왔는가라는 질문이다.


이건 말로 증명되는 일이 아니다.

미용실에서

인턴을 몇 년 했는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손을 보면 드러나는 것처럼,

미술도 선 하나, 판단 하나에

그 사람이 통과해온 시간이 그대로 묻어난다.


미술 교육은

그림을 잘 그리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생각을 끄집어내는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고,

아이마다 다른 속도와 방향을

끝까지 책임지는 일이다.

그래서 교육자는

자신의 시간을

교육의 언어로 바꿔낼 수 있어야 한다.


무허가 학원과

전문성 없는 교육은

대개 빠른 결과를 약속한다.

하지만 빠른 결과는

얕은 교육의 다른 이름이다.

기본 없이 쌓은 성과는

조금만 흔들려도 무너진다.


진짜 미술교육은

기본기, 구조화된 커리큘럼,

그리고 아이의 생각을 끄집어내는 질문이

복합적으로 작동한다.

정답을 보여주는 수업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게 만드는 교육.


작가는 자신의 세계를 책임지고,

미술 교육자는

타인의 시간을 책임진다.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는 순간

교육은 장사가 되고

아이들은 실험대 위에 오른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나는 작가가 아니라

미술 교육자다.

그리고 미술 교육은

가장 오래 준비된 사람만이

가장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영역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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