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못한 마음이 나를 다시 배우게 한다”

“말로 못한 마음이 나를 다시 배우게 한다”

by 김진경


“말로 못한 마음이 나를 다시 배우게 한다”


교육자로 지낸지

20년이 넘었지만

나는 여전히 말주변이 없다.

상담 자리에서 학부모님을 마주하면

얼굴이 괜히 붉어지고,

전해야 할 말의 절반도

제대로 건네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돌려 말하는 법을 아직도 모르겠다.

아닌 것은 아니다 하고,

좋은 건 좋다 하고,

조금 투박하게,

그냥 마음 가는 대로 말해버린다.

아이들을 생각하면

겉으로만 웃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아이의 시간을 책임지는 마음이

늘 먼저 앞서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아이를 맡겨주시는 부모님들이 있다.

내 솔직함과 투박함 뒤에

내가 아이들을 얼마나 생각하는지

읽어주시는 분들.

그 믿음이 늘 고맙다.


어쩌면

늘 새벽마다 깨어 글을 쓰는 이유도

말로 다 하지 못한 마음 때문인지 모른다.

상담 자리에서는 끝내 꺼내지 못한 진심이

새벽이라는 고요한 틈에서

비로소 글의 모습으로 정리된다.


말은 서툴러도

글 앞에서는 조금 더 정직해지고,

조금 더 내 마음 가까이에 닿게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새벽의 조용한 숨결 속에서

멈춰 있던 마음을 다시 적어 내려간다.


며칠 전에는

6년 동안 함께한 제자의 어머니가 말했다.

“우리 아이가 선생님을 롤모델이라고 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잠시 멈췄다.

부끄럽고, 고맙고,

그러면서도 알 수 없는 무게가 가슴에 내려앉았다.


그 말 한마디가

나를 다시 깨워냈다.

더 잘되어야겠다고,

더 공부해야겠다고,

내가 걸어가는 길을

더 단단하게 다져야겠다고 다짐했다.


아이들이 나를 믿고 따라오는 만큼

나는 그 믿음에 걸맞은 어른이 되고 싶다.

그게 아이들에게,

그리고 조용히 믿어주신 부모님들께 드릴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보답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배우고, 고민하고,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다시 마음을 정돈한다.

말로 못한 마음이

나를 늘 더 배우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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