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예술은 ‘작업을 멈추지 않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나는 초상화가 강형구 작가의 며느리다.
남편은 조각가이고, 동시에 아버님의
곁에서 매니지먼트 역할을 맡고 있다.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이 집안에 들어온 지 16년.
그 시간 동안 나는 한 예술가의 삶을 누구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보았다.
<지금도 서울 종합운동장 가운데 있는 강형구 아버님 작품
손기정 조각상
아버님은 손기정을 개인적으로 존경하여 사비로 손기정 기념재단을 설립하셨었다>
아버님은 평생을 그림 앞에서만 지내셨다.
정말로 ‘그림 앞에’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나는 16년간 곁에 살면서
단 하루도 아버님이 작업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건 과장이 아니라 사실이다.
두 달에 한 번 본가에 들러 옷을 갈아입을 몇 벌 챙기는 것,
그 몇 시간 외에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작업실에서 보내신다.
아침이면 이미 붓을 들고 계시고
밤이 깊어도 작업은 멈추지 않는다.
놀라운 것은,
그 고된 작업을 단 한 명의 조수도 없이
혼자서 감당하신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기술로, 누군가는 시스템으로,
또 다른 누군가는 조수 여러 명으로
대규모 작업을 완성한다지만
아버님은 그러지 않으신다.
한 올의 색을, 한 겹의 빛을,
온전히 자신의 손으로 쌓으며
노동집약적인 방식 그대로
그림과 일생을 맞바꾼다.
나는 이 16년을 통해 한 가지를 배웠다.
예술은 재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예술가는 ‘살아내는 존재’이다.
삶 전체가 예술을 향해 기울어 있어야
비로소 작품이 숨을 쉰다.
아버님의 그림이 사람 마음을 관통하는 이유는
그림 속 인물 표현 때문만이 아니라,
그 뒤에 놓인 그 오랜 시간의 침묵, 노동, 태도,
예술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심 때문이다.
이 집안에서 지내며
나는 예술의 본질을 배웠다.
예술은 화려하지 않다.
대단한 말로 포장되지도 않는다.
그저 한 사람의 일상 속에서
묵묵히, 끈질기게, 꾸준히
한 점 한 점 쌓여간다.
아버님은 내게 말 없이 가르쳐주셨다.
예술은 하루하루를 살아낸 사람만이
감히 말할 수 있는 세계라는 것을.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본 16년은
내 예술관의 기초가 되었다.
나는 이제 안다.
진짜 예술은 ‘작업을 멈추지 않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