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 속 사이에 그림자를 숨기는 사람들

by 김진경

겉과 속 사이에 그림자를 숨기는 사람들


사람과 사람이 마주 앉으면

말보다 먼저 보이는 것이 있다.

잠깐 스치는 눈빛,

입꼬리의 미세한 떨림,

상대의 마음이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희미하게 드러나는 그 기류 같은 것.


나는 그 기류를 오래 관찰해온 사람이다.

좋은 척 웃으면서도

속에서는 타산을 굴리는 사람들.

말끝은 부드러운데

마음은 한 뼘도 열지 않는 사람들.

그릇된 선의로 포장된 이기심을

나는 누구보다 빨리 알아차린다.


겉과 속이 다르다는 건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다.

그건 한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즉 세계관의 모양이다.

어떤 사람은 관계를 길처럼 걷고,

어떤 사람은 관계를 저울처럼 잴 뿐이다.

앞에서는 따뜻한 말로 손을 잡고

뒤에서는 이미 자기 손익을 계산해 놓은 사람들.

그런 둘의 세계는

결코 같은 질감일 수 없다.


심리학 책을 펼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마음의 결이 다르면

대화의 호흡이 맞지 않는다.

친절해 보이지만 시선은 자꾸 움직이고,

말은 공손한데 믿음은 조금도 싹트지 않는다.

왜냐하면 거짓 친절은

수초 동안은 빛나지만

빛의 온도는 오래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사람을 마주할 때

어딘가 차갑게 식는 느낌을 받는다.

손을 내밀기 전에

먼저 가슴 속에서 문이 닫힌다.

그건 예민함이 아니라

삶을 오래 살아오며 배운 자연스러운 방어다.

영혼이 닿지 않는 관계는

애써 붙잡을 이유가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철학적으로 말하자면

‘가면’은 결국 무게를 견디지 못한다.

타인을 수단으로만 보는 사람은

그 가면이 무너지는 순간

본색을 드러내고

그 본색은 대개 관계를 소모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나는

겉과 속이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다.


나는 이제 사람을 판단할 때

말이 아니라,

말이 지나간 자리의 온도를 본다.

그 온도가 차갑고 흐릿하면

그 관계는 나와 맞지 않는다.

아닌 길을 굳이 걸을 이유는 없다.

인생은 길고도 짧다.

정직한 마음들과만 손잡아도

그 길은 충분히 바쁘다.


그래서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겉으로는 선한 얼굴을 하고

속으로는 계산을 굴리는 사람.

그들과는 나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 않는다.

인간의 마음은 진심으로 향할 때 비로소 투명해진다.

그 투명함이 없는 관계라면,

나는 조용히 돌아선다.


그게 나를 지키는 가장 단순하고

가장 정확한 방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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