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행복의 울타리
아내는 이것저것 쟁여놓습니다.
저는 야금야금 꺼내 먹습니다.
아내가 웃습니다.
더 쟁여놓을 게 없느냐 물어보면서.
웃음의 끝자락에
늘 아내가 함께라면 좋겠습니다.
<행복>
“선생님, 행복이 뭘까요?”
행복.
초등학교 6학년, ‘이민호’라는 친구가 매번 묻던 단어입니다.
이제는 더는 행복에 관해서 묻지 않습니다만,
한때는 큰 고민거리로 무척 많은 고민을 안겨준 질문입니다.
“글쎄, 어려우면서 쉬운 질문이네. 대답하기에 앞서, 우선 민호는 언제가 가장 행복해?”
“맛있는 거 먹을 때요.”
“그렇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먹을 때 느끼는 감정, 그런 게 행복이 아닐까?”
“아하! 그렇구나.”
이 친구를 처음 만난 날은 2018년 3월, 추위가 느껴지던 이른 봄날이었습니다.
형수님께서 운영하시는 수학 학원의 수강생이었죠.
갑자기 그만둔 선생님 한 분 때문에 임시방편으로 제가 호출을 받았는데,
덕분에 시간제 일자리가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조용하던 친구가 일주일 정도 지나니 서서히 말문이 터졌습니다.
그때 행복에 관한 질문이 나왔는데, 답은 이 친구가 가지고 있더군요.
행복에 관한 질문과 답하기는 자그마치 한 달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매일 다른 답이 나왔는데 신기하게도 둘 다 어렵지 않게 대화를 이어갔답니다.
그때의 대화를 떠올리며 제가 답한 내용을 간략히 나열해봅니다.
“학원 마치고 돌아갈 따스한 집이 있다는 것, 그게 바로 행복이야.”
“민호는 여동생이 있잖아. 여동생이 오빠라고 불러주는 것, 그게 행복이지.”
“생일 때마다 맛있는 음식을 가족과 함께 먹잖아. 그것도 행복이야.”
대답은 늘 이 친구의 깨달음이 느껴지는 아하! 라는 느낌표로 끝이 납니다.
이런 식으로 매일같이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여행을 했답니다.
아주 간단한 질문이었지만,
이 친구를 통해 깨달음을 얻은 사람은 바로 저 자신이었습니다.
잊고 지냈던 소중한 순간과 사람들의 가치를
매일 가슴에 되새기게 되었으니까요.
“민호를 사랑해 주는 엄마와 아빠, 동생이 있다는 것, 생각만 해도 행복해지잖아.”
이렇게 답하면서 저는 가슴 언저리가 아려왔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부모님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제가 민호 나이 때는 미처 알 수 없었던 부모님의 사랑,
시간이 흘러 나이 오십을 바라보는 어른의 대열에 도착해 보니
하나하나 소중했던 일들이 가슴에 그리움이란 색으로 번져갑니다.
이 온전한 감정을 언제쯤이면 먼저 가신 분들과 나눌 수 있을까요?
이번 생에는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애절해지는 하루였습니다.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작은 행복이 조금씩 번지면 온 세상 모두 행복으로 가득한 날이 오겠죠?
가까이 있어 소중함을 잊고 지냈던 가족을 생각하면서
항상 행복한 하루를 맞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누가 뭐래도
나를 둘러싼 가장 큰 보호막은 가족이라는 행복의 울타리이고,
가족 없이는 어떠한 존재 의미도 갖지 못함을 깨달았으면 합니다.
- The 한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