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어머니께서 남기신 향수(香水)이자 내 오랜 향수(鄕愁)

by The 한결


<향수>


“고향이 언제부턴가 멀어지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생각하지 마. 친구들이 있잖아.”

“그래. 알지만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가슴으로는 어렵네.”

“그 마음, 정확히 어떤 건지 몰라서 위로도 못 하겠네. 미안하다.”


언제부턴가 고향을 찾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그렇게도 가고 싶었고 늘 마음속에 품었던 곳인데

막상 가야 할 일이 생기면 머뭇거리게 되더군요.


향수(鄕愁)란,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나 시름을 일컫는 말입니다.

잊고 사는데 항상 명절이 다가오면 꼭 가슴 한쪽이 아려옵니다.


“배고프다. 얼큰한 메기 매운탕 하나 해주라.”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맛있게 해줄게.”


고향 마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대구 비슬산, ‘용연사’라는 절이 있는 시골 마을에

멋지게 흐드러진 정자나무 아래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죠.

매운탕, 백숙, 산나물비빔밥이 주된 메뉴입니다.


시골에 들러 부모님 산소를 벌초했던 어느 날,

어김없이 이 친구 집에 들러서 밥을 먹고는 했습니다.

큰 조카랑 같이 가서 밥을 먹고 오던 날은

고향의 온기로 마음이 훈훈해지더군요.


“오랜만에 와서 미안. 잘 지내지?”

“그럼. 나야 무탈하지. 좀 자주 와라. 얼굴 잊어버리겠다.”

“그러게. 여기에 돈이라도 수억 묻어놓으면 자주 오려나?”


그러면서 나온 대답이 처음에 언급한 멀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음은 고향을 향하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일,

친구도 알고 저도 아는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우는 죽을 때가 되면 자기가 태어난 장소를 향해 머리를 둔다고 하죠.

고향이 얼마나 그리웠으면 그렇게까지 할까 싶지만

살아보니까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습니다.


본능 같습니다.

태어난 곳을 그리워하고 자라난 곳이 자꾸 눈앞에 아른거린다는 것은.

우리 사는 세상이 팍팍하면 할수록 따스한 곳이 그리워지네요.


찬 바람 불던 어느 겨울날,

놀다가 식사 때가 지나 늦게 서야 집에 오면

야단보다는 따스한 밥 한 공기 내밀던 어머니 생각이 간절합니다.

막내아들을 위해

혹시나 식을까 싶어 아랫목에 이불로 묻어두었던 밥 한 공기


밥솥 하나마저도 귀했던 시절이라 더더욱 그 밥 내음이 그립습니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깨닫습니다.


그날 밥 한 공기는

어머니께서 남기신 향수(香水)이자 내 오랜 향수(鄕愁)임을.


- The 한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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