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일상의 기적
<걸음>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현관으로 첫걸음을 내디딜 무렵,
60대 중반 노부부의 산책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괜찮아요,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씩 걸어봐요.”
“어, 그래. 알았어, 아, 아, 힘드네.”
“저기까지만 걷고, 쉬었다 다시 걸어요.”
산책이 아니라 남편의 재활 운동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자세히 보고 싶었으나,
혹시 싫어하실까 염려된 마음에,
처음에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전화기를 보는 척하며
조심스레 바라보았답니다.
두 분이 나누는 대화가
하루 이틀 그렇게 운동한 것은 아닌 듯 느껴졌습니다.
어떤 원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왼팔은 몸에 바짝 붙어 고정되어 있고,
오른팔만 앞뒤로 조금씩 움직일 수 있는 듯 보였습니다.
두 다리는 모두 불편해 보일 정도로
마비 증세가 심했습니다.
다행인 것은,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는 점입니다.
한때는 건강하게 걸어 다녔을 건데,
지금의 불편함에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불현듯 부끄러워지더군요.
멀쩡히 두 발로 세상을 딛고 서서 걸어 다니며,
누군가와의 약속 시각에 늦을세라 바람을 일으키며 뛰어도 보고,
앉을 때는 이쪽저쪽으로 꼬아도 보며,
때로는 긴 호흡으로 먼 거리를 걸어도 보던 시절을 생각하며,
이 모든 것이 일상의 기적이었음을 모르고 살았던 것 같아서요.
맞습니다.
튼튼하고 건강한 두 다리의 고마움을 매번 느끼진 못했습니다.
잃는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기에
어쩌면 당연한 생각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저만이 가지고 있는 조건이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으며,
그들도 뛰고, 걷고 하는 모든 기본적인 조건이었으니까요.
그런데도
우리는 알지 못하는 수많은 장애의 예비 조건들을 달고 삽니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골목길의 차량,
횡단보도에서 시도 때도 없이 스쳐 지나가는 오토바이의 질주,
신호가 바뀐 후에도 끝자락을 잡고 속도를 높이는 차량 운전자들,
일방통행로에서 거꾸로 주행하는 많은 차,
산업 현장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잠재된 위험들.
지금 걷는 당신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이 모든 위험으로부터 안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조금은 더 나아졌으면 좋겠습니다.
- The 한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