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법
<자리>
“이번에 좋은 일 있을 거야. 혼자만 알고 있어.”
“아, 감사합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저를 도와주셔서.”
“당연하지. S의 성장이 곧 나의 발전이고 보람이니까.”
“앞으로도 많은 가르침 부탁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12월의 찬 바람이 불던 어느 날,
슬슬 인사고과가 반영되는 시기가 도래한 시점이었죠.
이번에 고과를 잘 받으면 다음 해에 진급하는 후임 S가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근면 성실한 면을 갖추고 있으나 한가지 부족한 게 있었으니
바로 외국어 어학 성적이었습니다.
“단기 속성으로 학원이라도 다녀봐. 그리고 무조건 암기하는 거지.”
“그게 생각보다 잘 안 됩니다. 자꾸 잊어먹고.”
필수조건을 만족하지 못해서
아쉽게도 진급에 누락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끝일까요?
문제는 이듬해도 반복되었습니다.
2년 연속 진급 누락,
아마 S에게는 크나큰 시련이었고 실패의 감정만 안겨준 날들이었을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그 해 여름, S는 저와 함께 퇴사하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모르는 이가 보면 내가 너 데리고 나가는 줄 알겠다.”
“에이, 설마 그렇겠습니까? 성과가 미진해서 스스로 나가는 건데.”
S는 이 외에도 또 다른 이유가 있어 보이더군요.
조직이 변경되어 S가 타 팀으로 발령을 받았는데,
S의 2년 후임인 H도 함께 그 팀으로 이동했습니다.
발령 후 이 팀에서 이상한 일이 발생합니다.
팀 단위보다 작은 파트라는 단위가 있는데요.
직급으로 보자면 S가 파트 리더를 맡아야 하는데,
S와 함께 이동한 후임 H가 그 자리를 꿰차더군요.
짐작하건대, 아마 이 일이 S에게는 두고두고 아픈 기억이 될 듯합니다.
자신의 2년 후임이 지시하는 일을 따라야 하는 것은,
생각보다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며 타인의 눈치를 보게 만듭니다.
“열과 성을 다했는데, 결과가 이렇다니 씁쓸하네.”
“기여도에 따라 평가를 받는 거죠. 저는 괜찮습니다.”
S는 제가 왜 열과 성이라는 말을 언급했는지 모르더군요.
에둘러서 저는 회사생활의 시작과 끝이 허무하다는 뉘앙스를 남기고자 했는데,
S에게는 불이익이 있더라도 거부하지 말아야 하며,
담담하게 인정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인 듯했습니다.
함께 퇴사하던 날, 그에게 이 말을 남겼습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법인데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솔직히 떠나는 날까지 이점은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덧붙였죠.
“인성이 더 중요한 법인데. 두고 봐, S는 더 좋은 일이 있을 거야. 반드시!”
(이후, S는 더 큰 상위그룹 회사로 재취업했답니다. 진급은 기본 옵션.)
- The 한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