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
<피곤함>
“내일 보강할 건데 괜찮아?”
“싫어요. 할 게 얼마나 많은데요. 피곤해서 싫어요. 보강 안 나올 거에요.”
며칠 전, 보충 강의를 하려고 학생들에게 의향을 묻던 형수님이
된통 싫은 소리를 듣는 모습을 봤습니다.
주인공은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인데 당당한 모습이 똑 부러집니다.
미술, 피아노, 영어, 수학 학원에 다니는 친구인데
하필 보강하고자 하는 날은 이 학원들이 다 쉬는 날이었습니다.
공교롭게 이날 수업을 하자고 하니까 반대가 심했던 거죠.
보통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은 하기 싫어도 어른이 시키면 억지로 합니다.
제 목소리를 잘 내지도 않을뿐더러, 굳이 반대 의사도 표현하기 어렵죠.
하지만 이 친구는 아주 특별했습니다.
당당하게, 이건 이래서 싫다는 의사를 밝힌 거죠.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요?
결국,
이 친구의 의견을 받아들여 보강은 없던 것으로 이야기가 되었답니다.
물론 아이 어머님과는 별도로 전화 통화를 해서 양해를 구한 결과입니다만.
“요즘은 하루라도 수업을 더 해야 엄마들이 좋아하는데, 좀 어렵네요.”
“엄마들이 자유 시간을 더 갖기를 원해서 그런 건가요?”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우선 아이들이 뒤처질까 겁이 나는 거죠.”
경쟁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생기는 것이 아닌 듯합니다.
선행학습이라는 명목으로 유치원 때부터 공부가 시작되니까요.
심지어 더 이른 시점에 시작된다고도 하더군요.
이런저런 말을 들어보니까
아이가 왜 그렇게 싫어했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쉬고 싶어서 그렇지, 그 친구가 학원에 다니는 것을 즐거워한다는 점입니다.
초등학교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리는 시각에 맞춰
노란색의 학원 차들이 학교 앞에 줄지어 늘어섭니다.
이제 겨우 수업이 끝나 휴식이 필요한 아이들을
반강제적으로 학원에 데려가기 위함이죠.
다른 아이들에게 뒤지지 않았으면,
어릴 때부터 열심히 해서 좋은 중, 고등학교에 들어갔으면,
이런 모든 활동이 모여 결국 좋은 대학교를 거치고,
보다 좋은 세상에서
보다 좋은 직업으로
보다 좋은 환경에서 살았으면.
이런 소망들이 결국 이런 모습을 낳게 된 것이 아닐까요?
그래도 한 번쯤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아이들이 바라보는 곳과 같은 곳을 바라봤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이 되고 싶어 하는지
귀 기울여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어릴 적에 뛰놀던 넓은 운동장이 그립다면,
우리의 아이들을 되돌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도 충분히 피곤한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P.S : 이 글은 2019년 2월 어느 날의 모습이었습니다.
- The 한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