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두려움에 한 발짝 내딛는 행위

by The 한결


<용기>


“여보, 용기가 나지 않아.”

“나도 그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잘 할 수 있을까?”

“못하더라도 이겨내야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너무 큰 두려움 앞에서는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누군가 망치로 머리를 치는 듯한 멍한 상태가 이어지죠.

특히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으나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더욱더 그렇죠.

무언가 서서히 다가오는데 미처 준비하지 못했기에 느끼는 감정이

바로 이 막연한 두근거림과 떨림의 실체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최근에 아내와 저는 조금 험난한 산 하나를 넘었습니다.

살면서 굳이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 경험이었죠.

두 사람 모두 몇 개월 사이에 흰 머리카락이 부쩍 늘었답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회사에서 나오지 말래?”

“네. 저 회사에서 그만두래요. 어쩌죠?”

“난 또 뭐라고? 괜찮아. 죽고 사는 일 아니면 큰일 아냐.”

“어머니도 참, 이게 얼마나 큰일인데요.”


즐겨보던 드라마에서 마음을 흔드는 대사가 나오더군요.

어머니와 아들이 나눈 대화에서


‘죽고 사는 일’,

다시 말해 생사와 관련한 일이 아니면 큰일이 아니라는 진리.


어머니의 대사가 불변의 진리 같습니다.

연세 지긋하신 어머니께서

칠, 팔십 년 가까이 살아보니 체험하게 된 삶의 우선순위.

그것은 돈도 명예도 아닌 생사와 관련한 일이 최고란 것이죠.

건강하다면 어떻게든 삶은 살아지는 거라며

우리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위로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주도는 모든 게 여전히 아름다운데, 우리만 변한 것 같아.”

“아냐, 변한 것 없어. 그때나 지금이나 우린 똑같아.”


시린 바람이 시작되던 2019년 9월의 끝자락,

기분을 전환하는 차원에서 제주도를 다녀왔습니다.

여전히 아름다운 바다와 하늘빛을 마주하면서 남몰래 울었죠.

어떻게든 이 시련을 넘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만 같았고,

언제 이 캄캄한 터널을 벗어날지 감조차 잡을 수가 없었죠.


분명한 것은

아내와 저에겐 견뎌내야 할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죠.


삶을 위해

반드시 이겨내야 할 큰 벽을 천천히 허물기 시작했습니다.

여행을 통해 알게 모르게 스스로 용기를 낸 셈이죠.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상태를 말함이 아니라,

두려움에 꼼짝 못 할 지경에 이르더라도 한 발짝 내딛는 행위를 말합니다.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될지라도

사랑하는 이를 위해 마침내 그 길을 가는 일임을 명심했으면 합니다.


- The 한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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