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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호 Aug 12. 2020

역대급 긴 장마 속의 탄수화물 휘게(Hygge)

웃음소리와 대화 그리고 탄수화물 충전이 필요해

‘탄수화물 휘게(Hygge)’란 이름의 재미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휘게는 편안함, 따뜻함, 아늑함, 안락함을 뜻하는 덴마크어라고 한다. 비행기로 10시간 이상 가야 하는 머나먼 나라지만 레고(LEGO)를 세상에 내놓은 사람들이 쓰는 말이고 편안함과 아늑함을 뜻한다 하니 내용이 궁금하다. 그래도 다이어트의 적인 탄수화물과 휘게라니? ㅋ


어린 시절..학교에 다녀오면 어머니는 삶은 감자나 고구마를 간식으로 내어주셨다. 감자와 고구마는 친구들과 한참 땀을 쏟고 마셨던 운동장 수도꼭지의 물처럼 언제나 시원하고 달았다. 어머니는 그저 공놀이 무용담인 내 얘기를 언제나 미소로 들어주셨다. 탄수화물이 편안함과 아늑함으로 채워지던 순간들이었다.

성심당이 진짜 고구마와 진짜 감자 같은 '심봤다구마'와 '심봤다감자' 를 출시했다. 고구마는 적고구마 분말로 감자는 콩가루와 흑임자 분말로 모습과 맛 둘 다 원물간식처럼 재현했다


2012년도 여름..노벨상을 받은 유명 과학자의 이름을 딴 미국 시카고의 한 국립연구소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앞으로 서로 잘해보자는 뜻으로 한국식 떡을 준비했었는데, 연구소 관계자는 커피 브레이크에 내놓으면 된다고 쿨하게 고민(?)을 해결해준다. 그리고 그날 오후 3시 반, 찐~~ 격의 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대화와 탄수화물 그리고 커피가 있는 커피 브레이크가 눈앞에 펼쳐졌다. 타국에다 남의 집이었는데, 그 시간과 그 장면은 정말 편안했었던 듯하다.      


다시 2020년 여름의 ‘탄수화물 휘게’ 전시..한 작가는 자신이 일상에서 만났던 사람들과의 장소를 기억하고 그 순간들을 재구성해서 그림으로 담아내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만남이 있었던 당시의 기억을 자색고구마처럼 vivid 하게 그려내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 해설을 듣고 작가의 그림을 보니 그림 속의 테이블마다에는 탄수화물이 가득하고 소리가 없는 그림에서 웃음과 대화 소리가 들린다. 그림이 편안하고 아늑하다. 

대전 원도심에 위치한 대전창작센터에서 빵과 국수를 소재로 한 '탄수화물 휘게' 전시가 10월 4일까지 열리고 있다. 


역대급 긴 장마가 이어지는 요즘이다. 폭우로 좀처럼 실외활동과 나들이 기회를 갖기 어려운 탓인지 베이커리 카페에 사람들이 붐빈다. 오늘도 도심의 베이커리 카페는 허기와 공복감을 달달하게 메워주는 탄수화물 그리고 편안하고 아늑한 대화가 만들어 내는 그 휘게(Hygge)의 기운이 가득한 장면이다. 혹시 전시장에서 그림으로 만났던 그 작가가 몰래 여기에 와 있는 건 아닌지? ‘탄수화물 휘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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