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알밤이 얼마전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 선정되었다. 전국 임산물 부문 대상이다. 공주가 충청과 대전, 세종 등 우리나라 중부지역을 가로지르는 금남·북 정맥의 사이에 위치하니, 주변의 산과 큰 일교차가 공주 밤의 특별한 단맛을 만드는 듯 하다. 갓 수확한 공주 햇밤은 인도네시아産 고퀄 스페셜티 커피원두같은 기분좋은 고소함과 흙내음도 함께 느껴진다. 찐 맛밤이다.
그런데, 밤은 원래 구황작물이었다고 한다. 밤이 가진 풍부한 영양과 칼로리 덕(?)에 곡식이 귀하던 시절엔 밥을 대신하기도 했었다. 식량이 부족하던 1970년대엔 공휴일로까지 정하고 온나라가 나무심기 운동을 벌였는데, 공주의 밤나무들도 그때 많이 심어졌다고 한다.
유럽에서도 밤은 원래 밀가루를 충분하게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대체 식재료였다고 한다. 밤가루로 만든 빵은 밀가루로 만드는 빵처럼 부풀어오르지 않고 모양이 평평했는데, 인도 빵 ‘난’처럼 평평한 모양의 화덕빵들은 과학과 근대문명이 시작되었던 18세기까지 다소 억울한(?) 홀대를 받았었다.
그러나, 반전이 있었다. 밤에 탄수화물 성분이 많지만, 낮은 지방 성분과 콜레스테롤은 전무하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게 되면서 반죽을 부풀어 오르게 하는 이스트 사용이 필요없는 크레페, 팬케이크, 파스타麵에 밤가루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지역에선 가벼운 단맛이 필요한 파운드 케익을 굽는 데 밤가루를 이용한다고 한다.
얼마전, 코로나19로 집콕을 강제당한 세상사람들을 천상의 목소리로 위로하는 온택트 연주회를 가졌던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가 사는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 지역에는 밤 파이 ‘카스타그나치오’가 유명하다. 언젠가 어디든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그런 시절이 다시 온다면, 보첼리 고향사람들이 만드는 밤 파이를 맛보러 토스타나를 꼭 한번 여행하고 싶다.
연이은 센 바람들이 몇차례 지나며 계절은 어느 새 가을이다. 가을과 함께 공주의 햇밤도 우리곁을 다시 찾아왔다. 스마트폰 앱 속의 배달식 도돌이표가 지겨워질 때, 고소함과 흙내음이 돋는 ‘알밤 식빵’을 살짝 데워 지난 여름의 햇살이 함께 만든 무화과잼도 살짝 발라보자. 밤이 뭐라고, 근데 기분은 확~~달라질 듯 하다. "Amazing !!", "웰컴투 토스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