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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호 Jun 22. 2021

여행지에서 맛본 딸기잼의 맛

후렌치파이가 여정이다.

한동안 바다가 있는 곳으로 기차여행을 자주 했었다. 생각이 많아지고 무언가 고갈되는 기분이 들 때 바다를 만나면 큰 위안이 되어서였다.


그렇게 바다를 찾아갈 땐 주로 역마다 정차하는 완행열차와 함께했다. 창을 통해 계절 하나하나를 다 느끼고 낮잠도 좀 자면서 느릿느릿 가는 긴 여정이었다. 이렇게 또 저렇게 생각을 해보는 창멍이 좋았고 긴 영화 한편쯤이나 프로야구 TV 중계 보는 것 괜찮았다. 그런 기차여행의 묘미에 묘미를 더하려면 간식이 빠질 수 없다.   


봄, 여름, 가을 기분에 따라 간식의 선택지가 조금씩 달랐었지만, 후렌치 파이 하나는 꼭 담았던 듯하다. 후렌치 파이의 달달함과 바삭함 그 자체가 물론 좋았지만, '응답하라 1988'같은 막대기 같았던 오래된 추억의 딸기잼 과자 맛을 떠올리게 해 더 자연스럽게 손이 갔던 듯하다. 

성심당의 후렌치파이는 산딸기잼과 딸기잼을 블랜딩해 만든다


여행 중 만난 남녘의 도시들에서는 후렌치 파이를 나비파이로도 불렀다. 한쪽은 후렌치 파이의 origine을 중하게 생각했었던 듯하고, 다른 한쪽은 자연을 먼저 떠올렸던 듯하다. 달달함과 수십 겹 페스츄리가 주는 바삭함의 조화는 양쪽이 다 옳고 각각의 작명도 다 일리가 있는 듯하다. 


다시 여름이다. 어느 여름 선곡 노래 가사처럼 바람에 걸린 알 수 없는 cool한 기운이 있는 그 바다들이 또 생각난다. 올여름도 아직은 완행열차가 아닌 자동차로 가야할 것같은 여정, 하지만 후렌치 파이 하나는 꼭 준비해서 떠나야겠다. 후렌치파이가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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