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쫀득함'의 마력이란 ㅋ
다시 여름이다. 여름의 해답은 빙수다. 애플망고에서부터 코코넛까지 기후변화를 실감케 하는 새로운 럭셔리 빙수 메뉴들이 등장했지만, 나의 촌스런 입맛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아무튼 팥빙수다. 팥빙수엔 보통 얼음, 통팥, 우유, 연유, 딸기로 충분하지만, 고명으로 올려지는 떡의 존재감을 빼놓을 수 없다. ‘쫀득함’ 때문이다.
‘쫀득함’은 우리가 사랑하는 식감이다. 빙수뿐 아니라 치즈도 마카롱도 와플도 브라우니도 그 안에 ‘쫀득함’이 있어야 우리들의 사랑을 받는다.
그런데 ‘쫀득함’은 단짠이나 쓴맛, 신맛과 같은 맛(taste)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겉바속촉과 같은 식감(texture)을 말한다. 식감은 음식이 가지고 있는 물리적 성질이 주는 자극이다. ‘달달함’과 ‘쌉쌀함’과 같은 음식의 맛이 ‘화학’이라면 ‘부드러움’, ‘아삭함, ‘쫀득함’ 같은 식감은 일종의 ‘물리’인 셈이다. 맛난 것에는 순도높은 화학과 고퀄의 물리 둘다 필요하다.
1960년대에 미국의 한 과학자는 70여 종의 음식 이름을 소비자들에게 제시하고 음식 이름에서 연상하는 말을 적도록 하는 연구를 했는데 식감과 관련한 응답이 음식의 풍미나 색깔, 형태보다 많이 나왔다고 한다. 최근 유럽에서 수행된 한 연구에서도 식감의 복합도가 높을수록 음식이 만족감을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식감’이 새로운 음식개발에 있어서 예나 지금이나 맛만큼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한국의 식재료를 세계에 선보이겠다는 꿈을 품고 서울에 정착해 올해 새롭게 미쉐린 별을 받은 호주 출신의 한 외국인 오너셰프는 “한국인은 유난히 쫄깃한 식감을 선호해 신기하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의 말처럼 ‘쫀득함’은 가장 한국적인 식감인 게 맞는 듯하다.
“빙수나 하나 먹어요, 더운데”
“그래요 팥빙수 먹어요.”
나는 아무튼 팥빙수다.
조막만 한 쫄깃한 찹쌀떡이 올려진 팥빙수..
그놈의 '쫀득함'의 마력이란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