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의 고교시절엔 지금처럼 수업이 많지 않았다. 방과 후엔 친구들과 어울려 농구를 하는 날도 꽤 있었다. 운동 후엔 허기를 달래려고 함께 빵집에 들리곤 했는데, 다들 식빵에 설탕으로도 만족해했다. 그땐 그랬다.
어느 날 어머니가 토스터기라는 新문물을 집으로 들이셨다. 빵이 구워지면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스스로 빵을 내뱉는 동작도 신기했고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식빵의 고소함은 또 다른 새로운 세상이었다. 그땐 그랬다.
“컨티넨탈? 아메리칸?” 회사 선배들을 따라 처음 외국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을 때 미국과 유럽의 조식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훨씬 새로운 메뉴들이 많아졌지만 그땐 그랬다.) 라떼는 지금과 다르게 다들 '메이드 인 USA'에 대한 동경심이 더 컸고, '캘리포니아 드리밍♬'을 부르고 꿈꾸던 시절이었다. 선배들을 따라 조식은 당연하게 아메리칸 스타일을 선택했다. “역시 식빵이나 베이컨이나 노릇하게 잘 구워져야 맛나지” 그 정도로 만족했다. 그땐 그랬다.
오래전 남쪽 유럽의 도시들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주로 종일 대중교통과 뚜벅이 모드로 도시의 속살들을 탐색하는 여행들이었다. 매일매일이 에너지 소모가 큰 일정의 연속이니 늘 아침은 든든히 챙겨야 했다. 컨베이어형 토스터 롤러에 여러 장의 식빵을 올려서 정성스럽게 구웠고 그 위에 다양한 잼과 버터 그리고 햄과 치즈를 올렸다. 빵 하나를 짚고 내 바로 뒷 순서에 기다려주셨던 분들의 친절한 미소가 생각난다. 그땐 여행을 격렬한 노동처럼 했던 듯하다. 그땐 그랬다.
요즘은 식빵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전처럼 많지는 않은 듯하다. 호밀이나 다양한 곡물로 만든 건강빵이나 갓 구워 나온 크로와상같은 식사빵의 선택지가 훨씬 넓어져 식빵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기도 하고, 또 지금은 그렇게 라떼의 시절처럼 열심히 여행을 하지 않아서이기도 한 듯하다.
그렇지만, 가끔은 여러 장의 식빵을 올려서 구워내던 여행지 숙소의 롤러 토스터가 그립기도 하다. 다시 여행을 갈 수 있게 되면 오랜만에 노릇하게 식빵을 굽고 그위에 고메이 버터와 잼을 올려봐야겠다. 흠흠, 마음은 벌써 고소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