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언제 바꿨어요?” 일상에서 자주 나누는 대화 소재이다. 사람들의 보통 교체주기는 2년 내외라고 한다. 내가 가진 스마트폰 후면의 카메라 렌즈는 당연히 하나인데, 주변 사람들 것은 2개는 기본이고 어떤 것은 렌즈가 3개인 것도 있다.
'남는 것은 사진인 시대'인지라 모임이나 회의를 하고 종종 사진을 남기게 될 때면 렌즈가 2~3개 달린 핸드폰의 활약이 아무래도 더 커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앞으로 렌즈가 6개 달린 핸드폰이 곧 나온다는 얘기도 들린다. 정말 '가속의 시대'를 살고 있다.
“맞다!! 게보린”처럼 각인되는 광고 메시지 “Intel inside”로 알려진 세계적 반도체 회사 Intel 공동창업자인 고든 무어는 56년 전 마이크로 칩의 속도와 힘이 매 2년마다 두배로 불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을 말한 바 있다. 이런 기술적 변화의 가속은 점점 더 많은 기계가 육체적인 일뿐만 아니라 인지적인 일에서도 평균을 뛰어넘어 점점 더 높은 수준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빠르게 빠르게만을 추구하며 탄환의 속도와 같은 가속에만 매몰되다 보면 주마간산(走馬看山)만의 미덕과 이점을 놓치게 마련이고 무언가 황폐해지기 마련이다. 번아웃이 생기면 잠시 멈추게 되고 현명한 사람들은 속도전으로 달려온 뒤를 돌아보게 된다.
의식주 여러 분야에서 그런 일들이 진행되고 있고 우리가 먹는 빵에서도 오래전에 폐기했던 돌을 사용하는 제분 법을 다시 돌아보고 있다.
‘맷돌로 간 통밀빵’? 공상만화에나 있던 우주여행을 실현해내는 시대에 맷돌이라니 역주행도 이런 역주행이 없다. 어처구니*가 없다. ㅋ.. 우리로 치면 그 예전 시골집들에서 집밥 손두부를 수고스럽게 만들 때 주로 사용하던 핸드밀 분쇄 도구가 맷돌이다. 마트와 시장에선 국산콩만으로도 두부 가격은 거의 따블인데, 국산콩을 맷돌에 갈았다면 따따블? ㅋ
* 어처구니는 생활언어로 맷돌의 손잡이를 일컫는 말이다. 표준어로는 맷손이다.
통밀(whole wheat)과 같은 통곡(whole grain)은 건강을 위해 꼭 챙겨야 할 슈퍼푸드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장점을 제대로 살리려면 분쇄방법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그 해답을 무어의 법칙과 가속의 시대가 제공하는 솔루션에서 찾기보다는 오래전에 사라진 heritage에 담겼던 지혜를 찾아 복기했다. 맷돌분쇄(stone miller)가 그런 것들 중 하나이다. 슬로우 푸드 운동안에서의 건강한 빵들도 같은 맥락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가 가진 DNA덕에 일상에서 '빨리빨리'를 주문하며 살고 있지만, 빠른 것만이 정답이고 좋은 것은 아닐 듯하다. 핸드 밀러로 원두를 갈고 핸드 드립으로 커피를 내리면서 느낄 수 있는 커피의 진짜 풍미와 내리면 손현주가 맞아줄 것만 같은 '간이역'들에도 간간이 정차하는 나무늘보같은 남도행 기차여행만이 주는 여유들. 늦어서 천천히여서 고맙고 값진 것들이 분명히 있다.
연일 35도 무더위와 열대야가 이어지는 날들이다. 주중이든 주말이든 요즘 불을 켜 요리를 하는 건 어처구니없는 행동이다. ㅋ 폭염이 물러갈 때 까지라도 당분간 맷돌로 갈은 빵들로 불 없는 식탁을 더자주 준비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