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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호 Aug 10. 2021

파리-비엔나 DNA, 뺑오 쇼콜라

올해 여름의 정점도 어느덧 지나고 있다. 예년 같았으면, 스카이스캐너로 열심히 찾아낸 가성비 높은 티켓을 챙겨서 어디로든 떠났을 때인데, 요즘 상황 같으면 그런 시절이 다시 올까 싶다. 


아무튼,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유럽의 여행지 1위는 파리라고 한다. 에펠탑이 있어서, 피카소와 모나리자가 있어서, 샹젤리제의 여름 정기세일이 있어서.. 파리가 좋은 이유는 아마 천만 가지도 넘을 듯하다. 소확행 라이프 빵 덕후들에게는 원조집의 바게트와 크루아상을 맛볼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겠다.

대전 성심당 뺑오 쇼콜라.. 커피가 당기고 허기와 당 충천이 같이 필요할 때 제격이다. 크루아상같은 식감의 겹겹의 버터향 페스추리와 그 안에 박힌 다크 초콜릿이 잘 어우러졌다.

오래전 일만 알고 지내던 시절,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있는 비엔나로 출장을 다닐 기회가 많았었다. 비엔나까지 직항 개설은 비교적 최근 일이라서, 중간에 파리에서 환승하는 경우도 많았다. 


항공편으로 파리-비엔나는 2시간 거리였다. 딱 김포-하네다 만큼이었는데, 가끔은 딴짓처럼 머릿속으로 귀국편의 비엔나-파리행 기차를 상상해보기도 했다. 1995년도에 개봉했던 영화 ‘비포 더 썬라이즈’ 때문이었다. 


12시간 동안 비엔나를 출발해 모차르트의 도시 잘츠부르크를 거쳐 독일의 뮌헨과 만하임을 지나 파리에 도착하는 긴 기차 여행. 하지만, 수없이 비엔나를 오가면서도 열차여행은 한 번도 실행에 옮겨보진 못했다. 여전한 로망이다.


비엔나-파리.. 중간에 독일의 여러 도시를 거쳐야 하고 꽤 거리가 있음에도 이 둘 사이에는 합리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뭔가 다른 차원의 문화적 시공간과 그 시공간이 만들어냈던 DNA가 실재하는 듯싶다. 1600년대 초승달 모양의 국기를 가진 오스만 터키와 합스부르크 오스트리아의 오랜 전쟁. 그리고 이어진 프랑스와 합스부르크 왕조의 경쟁. 그 안에서 탄생한 초승달 모양의 빵 크루아상과 초콜릿 페스트리 ‘뺑오 쇼콜라’ 그리고 비엔나 슈테판 성당 앞의 ‘파란 병 커피집(Hof zur Blauen Flasche)’ 등의 스토리들이 모두 그런 DNA가 빚어낸 것들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벌써 두 번째 맞는 여름이다. 정말 오랜만에 스카이 스캐너 앱을 열어 ‘everywhere’ 란에 '파리'와 '비엔나'를 차례차례 입력해 보았다. “우와~우와~!!” “^^*” 머릿속으로는 어느새 비엔나-파리 열차여행도 다시 상상해보고 있다.


“우리가 인생에서 하는 모든 행동들은 더 **받기 위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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