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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호 Mar 24. 2020

이름이 힙(hip) 하지는 않지만..

탁순희빵

탁순희빵 ? 사람 이름? 탁순희는 누구지? 빵을 처음 마주한 짧은 순간에 여러 질문들이 한꺼번에 머릿속으로 떠오른다.


순희는 요즘의 하윤, 서윤, 지유처럼 ‘철수와 영희’ 시대의 여자아이 이름 중 하나였다. 아이가 태어나면 예쁘고 좋은 이름을 지어주는 게 당연한 부모 맘인데, 예전에는 세상의 도리를 거스르지 않는 평탄한(?) 일생을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소망을 그렇게 여자아이들의 이름에 담았다. 써니(Sunny)가 아닌 순희는 그런 이름이다.


새로운 빵 이름이 탁순희빵이라니? 힙(hip) 하지 않다. 그렇게 이름을 정하면서 망설임이 없었을까 싶다. 그런데 동그라한 모습의 작은 빵이 손에 감싸 쥔 라테 잔처럼 따뜻한 기운을 느끼게 해 준다. 왜 일까?  

*사진설명 : 탁순희 과장은 2013년 대전 성심당에 입사했다. 현재는 휴직 중이고, 2020년 8월에 복직 예정이다. 그녀의 현장 복귀가 기다려진다.


탁순희는 제빵사로 일하는 S제과점 직원의 이름이다. 직원 이름을 빵 이름에 붙여서 함께 일하는 사람을 인정하고 존중함을 표현한 것이다. 제빵은 힘든 노동으로 남성의 영역이었다. 순희에게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공간이다. 하지만, 탁순희빵이 당당한 모습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어서, 이제는 하윤과 서윤, 지유 그녀들의 마음은 조금은 더 편안해질 듯하다. 


혹자는 힙(hip) 한 것이란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고 세상을 향한 불협화음의 기술이라고 한다. 순희란 이름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던 세상의 순희들은 부모님이 지어주신 계집 희(姬) 자를 바꾸고 싶은 개명 속앓이를 했었는데, 탁순희빵이 유리천장을 깨듯 뭔가 탁 깨준 듯하다. 순희란 이름도 뭔가 더 좀 힙하게 들린다. 탁순희빵.. 둥근 항아리 모양의 바게트 빵이 안에 담고 있는 것은 베이컨과 새우살, 계란, 치즈이지만, 오븐에 구워져 탁순희빵이란 이름으로 나오는 순간 세상의 많은 순희(姬)들을 따뜻하게 응원하는 듯하다. "써니 ~~!!"


#나의도시 #유리천장 #써니 #바게트 #응원 #따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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