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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호 Mar 10. 2020

사람을 격려하는 선의로 가득한 어떤 주먹밥

내게 ‘김치 찹쌀 주먹밥’의 존재를 처음 알게 해 준 사람은 로맨틱 소설 ‘타탄과 데미그라스’를 쓴 윤홍아 작가다. 그녀가 쓴 소설 속에 언급된 ‘S’ 제과점이 4년 전 창업 60주년을 기념해 제과점 관련 추억을 수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윤 작가가 ‘S’ 제과점에 보낸 손편지에 주먹밥 얘기가 나온다. 


“튀김소보로, 부추빵, 생크림 케이크, 'S제과점'에 유명한 제품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한 것은 ‘튀김 주먹밥’입니다. 겉은 바싹 속은 쫀득쫀득, 칼로리 폭탄이나 다름없는 이 튀김 주먹밥을 아는 친구들은 몇이나 될까요? ^^ 시내 갈 때마다 꼭 하나씩 사 먹었는 데 안 사더라도 ‘S’ 제과점은 필수코스였습니다..‘S제과점’은 그냥 흔한 가게가 아니라 ‘기억’이 있는 앨범과 같은 공간이에요.”, “글을 쓰면서, ‘S’ 제과점을 갈 때마다 느낀 설렘, 따스함, 추억이 담기길 원했는데 읽으신 분들에게 잘 전달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 2016. 9. 27. 윤홍아 드림


* 사진설명 

성심당의 김치 찹쌀 주먹밥은 김치, 피망, 당근, 샐러리, 참기름 등 갖가지 재료를 다져서 쪄놓은 찹쌀밥과 섞어준 다음 틀에 넣고 찍어낸다. 그리고, 계란물을 묻혀 빵가루를 입힌 다음 튀겨낸다.


‘김치 찹쌀 주먹밥’은 그녀의 표현처럼 튀김 주먹밥이다. 주먹밥을 튀겨내다니, 과연 소보로빵을 튀겨 삼단 합체 빵 튀소를 만든 빵집다운 발상이다. 막 튀겨 나온 튀김 주먹밥은 무라카미 하루키式의 표현*을 빌리자면 ‘색깔이며 향이며 왠지 모르게 사람을 격려하는 선의로 가득’하다. 그동안은 대전서 열리는 프로야구 홈경기 직관을 즐기러 갈 때 경기장 응원 메뉴로 가끔 즐겼는데, 요즘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필요해진 take out메뉴로 찾는다. 매콤한 김치 맛 때문일까 실제로 기운도 좀 나는 느낌이다. 주먹밥이란 게 원래 고난의 시간에 먹었던 우리 음식이 아니었던가? 그래서일까, 무언가 좀 격려받는 기분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라디오(2001)’


“3주 전에 대전 원도심에 갔을 때, 튀김 주먹밥 또 먹었습니다. 그렇게 자주 먹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대전을 떠나) 인천에 살 때는 너무 먹고 싶더라고요.” 최근에 연락이 닿은 윤홍아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4년 전 처음 튀김 주먹밥 얘기를 그녀로부터 듣게 되었을 땐 무덤덤했었는데, 이제 나도 튀김 주먹밥이 그녀처럼 생각날 듯하다. 주먹밥 안부도 전보다는 더 궁금해질 것 같다. ‘S’ 제과점 매대에 여전히 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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