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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호 Feb 25. 2020

빵은 물러설 수 없는 누군가의 자부심이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두나라는 이웃이지만 오랜 앙숙이다. 지지 않으려는 경쟁심도 강하다. 2006년도에 열린 월드컵 축구 결승전에서 두나라가 만났는데, 선수간들 간에 기이한 몸싸움도 있었다.


이런 치열한 두나라 사이의 기세 다툼은 빵에서도 있었다. 오랫동안 이탈리아의 샌드위치 시장은 프랑스에서 수입되는 바게트 빵이 장악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우리에게 밥심인 빵심을 프랑스 national symbol과 같은 바게트가 점유하고 있는 것을 이탈리아인들이 두고 볼 수 없었다. 일상의 주식과도 같은 바게트에 대한 프랑스 사람들의 사랑은 뜨겁다. 하루에 3천만 개씩, 1년이면 100억 개가량의 바게트를 소비한다고 한다. 인구가 프랑스의 90%쯤인 이탈리아도 적지 않은 바게트를 소비했을 듯하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이런 상황을 오래 두고만 볼 수는 없었을 듯하다. 이탈리아 북부 베로나市 밀 가공업체 대표들이 의기투합을 했고 머리를 맞대 고민한 끝에 함께 만들어낸 빵이 치아바타이다. 이때가 1982년이니, 수백 년간 구워진 빵의 삼국지 같은 역사를 가진 노포 빵*들이 건재한 이탈리아에서 새내기 국민빵 치아바타의 역사는 짧다. 하지만, 2016년에 우리나라에 오셨던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한국에서 머무시는 동안 매일 치아바타를 식사빵으로 드셨을 만큼 이탈리아의 치아바타 사랑은 이미 뜨거워졌다.  

* Grissini(막대빵), Piadini(플랫빵), Altamura(덩치빵) 등


* 사진설명 : 2016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을 때, 주한 교황청 대사관은 대전 성심당이 구운 치아바타를 교황께서 드시도록 했다. 


치아바타는 물, 소금, 밀가루, 효모로만 만들어지는 맛도 모양도 담백한 빵이다. 구멍이 숭숭 뚫린 치아바타를 뜯어 그 자체로 발사믹과 올리브유에 찍먹 해도 좋고 다양한 재료를 담은 샌드위치로 먹어도 좋다. 바게트 샌드위치가 파리의 어떤 거리를 떠올리게 하듯, 치아바타는 남쪽 유럽에서만 만날 수 있는 눈부심 강한 태양*과 건강한 지중해식 식단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 여행지에서의 이야기와 시간들이 그리울 때, 이탈리아인의 새로운 자부심 치아바타 샌드위치를 한번 골라보자.   


* 치아바타를 만든Arnaldo Cavaralli의 자서전 제목이 바로 ‘태양 아래의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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