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창호 Feb 07. 2020

치즈를 놓고 '볼케이노'를 떠올리다

- 치즈와 뮤즈(Muse)

위로 치켜올려진 콧수염과 흐물흐물한 모양의 시계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녹아 흘러내리는 프랑스産 까망베르 치즈에 대한 자신의 기억을 바탕으로 「기억의 지속」이란 대표작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미국의 팝 아티스트 로이 리히텐슈타인은 애니메이션 ‘톰&제리’에서나 나올 법한 구멍 숭숭 뚫린 스위스産 치즈를 모티브로 한 작품도 여럿 내놓았는데, 그의 초기작 「자화상」은 에멘탈 치즈가 얼굴이다. 유명 작가 작품은 아니지만, 쭈~욱 쭉 늘어나는 나폴리 피자 위에 얹어진 이탈리아産 모짜렐라 치즈를 소재로 한 팝아트 작품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credit : 유민석


치즈, 치즈, 또 치즈.. 프랑스産 까망베르 치즈, 구멍 숭숭 뚫린 스위스産 에멘탈 치즈 그리고 쭉쭉 늘어나는 이태리産 모짜렐라 치즈 이 3가지를 한 번에 합쳐보면 어떤 맛이 나올까? 치~~~, 즈~~~ ? 그런 호기심에서 나온 빵이 바로 뜨거운 용암을 품은 듯한 ‘볼케이노’이다. 에어 프라이어로 잘 데운 볼케이노를 입에 넣어보니 지나간 여러 추억들이 떠오른다. 초겨울 스위스에서 맛봤던 뜨끈뜨끈한 찍먹 퐁듀, 초겨울 로마 어느 골목식당의 따끈따끈한 나폴리 피자, 마법의 성으로 유명한 프랑스 몽쉘미셀 숙소 앞 식당의 치즈&와인들에 대한 기억이 조금씩 살아난다. 혹자는 요즘 셰프의 핵심업무는 “기억 가능한 ‘맛의 도서관’을 고안하는 일”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맛난 치즈들의 삼단 합체 ‘볼케이노’가 내 마음속의 맛의 도서관과 기억의 문을 열어주는 듯하다. 


신박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크리에이터들은 늘 영감을 주는 시신(詩神) 뮤즈를 늘 기다린다. 뮤즈, 어서 와~ 어서 와~.. 볼케이노는 처음이지?


작가의 이전글 밥과 빵 그리고 아보카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