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은 소리를 듣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언젠가부터 주로 점심시간에 약속을 잡아 사람들을 만난다. 유연근무라는 정말 좋은 유연한 제도 덕분이다. 자주 이용하는 장소와 루틴도 있다. 장소는 주로 후루룩 뚝딱 먹어치우는 국밥집이 아닌 커피까지 곁들일 수 있는 파니니&샌드위치 가게다. 자리도 그 가게에서 늘 소음이 덜한 쪽으로 정하고 좌석도 스툴(stool) 형태의 높이가 조금 높은 의자로 예약한다. 극히 주관적인 해석이겠으나, 일상과 조금 다른 높이의 의자 하나가 점심시간의 대화를 색다르게 만들어 주는 듯 하고, 동석한 지인들과의 아이 컨텍도 더 높여줘 짧지만 몰입감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듯하다.
메뉴는 보통은 파니니와 샌드위치이고 미리 주문해둔다. 파니니와 샌드위치인 이유는 후루룩 뚝딱 국밥과는 다르게 천천히 느긋하게 먹어도 좋은 대화친화형 메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샌드위치를 먹으며 대화하는 동안 가끔은 독백처럼 나의 대화법을 스스로 돌아보기도 한다. "나는 샌드위치 피드백의 원칙을 얼마나 잘 지키고 있나 ?"하고..
사람들은 태생적으로 싫은 소리를 듣기 싫어하는 듯하다. 쓴소리가 약이고 약이 되는 쓴소리를 해주는 사람이 스승이고 진정한 친구라는 말이 있다고는 하지만, 현실에서 쓴소리를 그렇게 잘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일터에서 '쓴소리=약'의 등식은 X세대 이상의 세대들간에나 유효했고, MZ세대와 함께 하는 지금은 더이상 성립될 수 없는 말일 듯하다.
얼마전 대덕연구단지의 한 출연연구소에서의 내부평가에 외부평가자로 초대받아 가서도 나름 조심한다고 했지만, 그 샌드위치 원칙을 깜박 잊었던 듯 하다. 조심스럽게 코멘트할 것들을 제안자의 발표 중간에 미리 메모를 해두었는데도 말을 하다보면 당초 의도했던 바와는 조금 강한 톤으로 상대에게 전달되기가 십상이다. 샌드위치 피드백 원칙을 잊지않으려고 얼마전부터는 노트북 커버에 까지 적어두었는데도 그렇게 깜박깜박 잊는다.
운동을 할때도 비슷한 경우가 더러 있는 듯 하다. 최근에 배우기 시작한 피클볼(pickleball)에서도 훈수나 코칭을 원하지 않는 데 누군가 내 실수를 돌직구로 지적하거나 지나친 참견을 하면 맞는 말인줄 알면서도 기분이 늘 좋았던 것은 아닌 듯 하다. 피드백을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돌아보면, 오래전에 '칭찬만 있는 함께 글쓰기 모임'을 했었을 때가 샌드위치 피드백이 가장 잘 지켜지고 그로 인해 함께 참석했던 사람들이 그 시간을 비교적 즐겁게(?) 여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칭찬만 있는'이라는 원칙을 지키기가 무척 어색하고 힘든 시간이 처음엔 분명히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 그런 분위기가 자리를 잡으니 모임을 함께한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던 듯 했다. 그런 원칙이 지켜지는 모임이라면 언제든 다시 해보고 싶은 생각이다.
'인간자석이 되는 법(How to become a people magnet)'의 저자인 Marc Reklau는 "무언가를 말하려면 부드럽게 말하라 (if you have to say it, say it smoothly)"라면서 "가장 좋은 피드백은 긍정으로 시작하고 긍정으로 마무리하면서 그 중간에 건설적인 코멘트를 끼워넣는 방법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그 이유를 사람들은 비평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현실에서 이 샌드위치 피드백 원칙을 적용하자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는 하다. 노력을 해도 자꾸 잊는다. 노트북 커버에 적어놔도 잊는다. 적어서 안되니, 이모티콘같은 예쁜 스티커라도 만들어 여기 저기 더 붙여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