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
내가 나로 살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재활의학과로, 소아정신과로
발달치료센터로, 복지관으로
장애 등급을 받기 위해 주민센터로
특수반 진학을 위해 특수교육청으로.
아이를 위해
내 하루를 모두 쏟아부어야 했던 시간이었다.
실비를 위한 F코드를 내줄 의사를 찾아
ADHD 약을 처방해 줄 의사를 찾아
아이의 말을 틔워 줄 언어치료사를 찾아
장애진단금 청구를 도와줄 손해사정사를 찾아
자리가 남아 있는 특수반을 찾아.
찾고,
또 찾고,
계속 찾으며.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
단 한 가지라도
조금이라도
안정되기를 바랐다.
아이를 바라보는 내 눈에서
불안이 조금이라도 덜어지기를 바라면서.
원래 나는 밝은 사람이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너를 만나고 나면 나까지 밝아져.”
라는 말을 자주 듣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 빛이 꺼지고
에너지가 꺼지고
몸마저 땅으로 꺼지는 날들이 이어졌다.
사람들을 만날 때면
다시 밝은 가면을 썼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 가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힘들어 보인다.”
“무슨 일 있어?”
“내가 알던 너랑 조금 다른 것 같아.”
그 말을 듣기 시작했을 즈음,
한 사람이 내 삶에 들어왔다.
"내가 퇴직하고 나면 우리 친구 할까요?"
친구 하자며
나의 휴대폰 번호를 묻던
스물세 살 위의 친구.
아이가 다니던 학교의
교장선생님이었다.
퇴직 후 타 지역으로 이사를 가셨는데도
매달 만나자는 연락을 주셨고,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늘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라는 말로 나를 소개했다.
나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실 때면
평범한 쇼핑백에도
꽃 코르사주를 꽂아
관심과 애정을 보이셨고
좋은 책을 읽어 보라며 건네주셨다.
그분은
미소로, 말로, 기도로
살면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조용히 알려 주셨다.
나는 여전히
종종 두렵고
가끔 슬프다.
하지만
진심으로 웃는 시간과
현재에 감사하는 시간이
분명히 많아졌다.
선생님이 주신 빛은
내 안에서 다시 자라
이제 다른 사람에게도 향한다.
아이에게, 남편에게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표현하고
내 안의 빛을 나눠주며 살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나에게 빛을 건네주었던 그 사람에게도
내 빛이 닿는다.
고마워요 선생님
덕분에 제 빛을 다시 찾아가고 있어요.
그리고 그 빛을 나누고 있어요.
선생님이 제게 해 주셨던 것처럼요.
정말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