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살x까데호 - 당신께
잃어버리면서 동시에 찾지
굴러 떨어지면서 동시에 착지
두 개인 듯 하나 인생은 착시
눈물만 보이네 허나 미소도 있지
-당신께 中
나는 리릭시스트를 좋아한다. 타인이 살아가는 세상도 동시에 궁금해 한다. 자신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 자신의 방법으로 말하는 이를 가장 좋아한다. 그게 내가 음악 속에서 가사를 많이 음미하는 이유이다.
방황은 누군가에겐 어두운 면일 수 있다. 암전된 상태에서 나의 그릇의 모양을 더듬어가며 인지해가고 알아가는 과정이다. 누군가에겐 그것은 완성이고, 누군가에겐 그것은 답답한 현실이다. 넉살은 1집[작은 것들의 신]과 2집[1Q87]을 거쳐가며 자신의 방황과 포부, 그리고 그를 넘어서 자신의 시선으로 보이는 현실을 가볍게, 혹은 무겁게 말한다. 이번 ep[당신께]는 블랙뮤직 밴드로 활동하는 까데호와 함께 만들며 가볍게 말하는 방황과 바람을 넉살의 표현으로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음악을 선사한다.
타이틀곡 '당신께'를 비롯해서 넉살과 까데호는 현실로 가려지는 낭만을 높게 산다. 낭만이 있으면 현실이 좀 덜 가혹해 보인다. 이는 넉살 2집[1q87]속 트랙 '추락'과 비슷한 결을 갗추며, 그 연장선을 제공한다. '나의 비행이 그 비행이었다니/그것도 야간비행'(추릭中) 떨어지는 모습은 흡사 비행하는 모습과 닮았다며 자신의 슬럼프 속 추락이 곧 비행이 되며, 원동력은 이상향과 낭만이 된다. 이 노래도 다르지 않다. 오히려 자신의 경험보다는 '당신'이라는 인물을 설정한다. 당신이 보는 세상은 생각보다 각박하다. 낭만이 주는 원동력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 예술을 하는 모든 이가 그것을 원동력으로 계속해서 나아간다. 쉬운게 하나 없는 일상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세상보다 '시'를 좋아하는 순간을 지향한다. 잠깐 외면해도 좋은 세상을 당신께 계속해서 말해준다.
이 노래는 단순히 희망을 주는 노래로 평가되긴 어렵다.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싶지만 밴드와 어우러지는 깊은 가사들이 계속해서 당신이 사는 세상을 말한다.
당신께 세상은 쇼미더머니
당신께 세상은 소유와 명예
당신께 세상은 돈
당신께 세상은 속된 독
당신께 세상은 엄마
당신께 세상은 아들
당신께 세상은 닿지 않는 하늘
-당신께中
당신이 보는 세상을 시야 속에서 적나라하게 말한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불확실에서 방황하는 것을 또 말해준다. 우리는 명세서와 집값을 보고 불안해한다. 확실한 것을 보고 불확실해한다. 현실만 보고 오지 않은 미래를 불안해한다. 돈을 넘어서는 낭만은 그렇게 와닿지는 않겠지만 '아무 두려움없이'라고 말하는 이 가사들이 생각보다 힘이 될 것이다. 외로움과 쓸쓸함, 자신이 가진 현실을 너무 현실적으로 말하지만 가볍게 말한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의 원동력은 가볍게 말하지 않는다. 이 두 팀이 말하는 지향하는 바를 쉽게 알 수 있다. 현실에 안주 안할수는 없지만 눈치보지 않는 자세는 자신으로 부터 시작된다. 그게 낭만이다. 그게 당신께 하고 싶은 말이다. 노래는 자꾸 고달프고 자신에게 무엇을 가져간다고 말한다. 근데 이렇게 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신께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