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티피프티, 하이키, 트리플에스를 중심으로
어느새 빌보드는 K-POP의 진입이 최초가 아니게 되었다. 싸이(PSY)를 시작으로 방탄소년단(BTS),블랙핑크(BLACKPINK),뉴진스(NewJeans) 등 국내 아티스트들 중 대부분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그룹들이 랭크되며 한편으로는 케이팝의 음악성이 인정을 받고 있다는 하나의 현상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케이팝(K-POP)은 하나의 장르로서 규정해야 할까? 필자의 생각은 단연코 아니다. 케이팝 특유의 화려하고, 긍정적인 가사들이 케이팝 만의 특징이 될 수는 없다. 한때 소녀시대와 트와이스를 중심으로 시작된 일방적인 사랑가사와 긍정적인 에너지는 아이돌을 '동경의 대상' '나를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대상'으로 해석이 되어, 팬덤의 존재로 그 단어를 완성시켜 왔고, 팬덤의 유무로 묻히던 명곡들이 어느새 '음악성'을 요구하는 시대로 접어들어 이제는 '음악이 좋으면 성공' 이라는 '정공법'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음악이 좋아서 성공하는' 그룹은 언제나 존재해야 하는 것이 어쩌면 음악시장을 구성하는 음악의 존재가치일 수도 있다. 4세대는 여자 아이돌의 강세가 뚜렷하다. 케이팝의 공식인 팬덤 중심으로 성장하는 남자아이돌의 경우도 강세(스트레이키즈, 엔시티) 를 무시할 순 없지만, 아마 대중들 중심으로 공략하는 여자아이돌의 강세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숏폼 플랫폼의 성장으로 짧은 시간 많은 컨텐츠들이 성장하고, 알고리즘으로 전파되는 현 트렌드 속 순식간에 귀를 사로잡아야 하는 지금, 음악성과 마케팅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중소기업이 선택한 '정공법'을 소개한다.
1. 음악으로만 증명한 그룹
어느새 '데뷔 이후 최단기 빌보드 진입' 타이틀을 가지게 된 그룹 피프티피트피(Fifty Fifty)는 최근 'Cupid'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틱톡을 중심으로 한 '숏폼 플랫폼'을 통한 주목이 가장 큰 성공의 요소로 뽑히는데, 이는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현재 틱톡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음악 편집 방식이 'Sped up(Speed-up의 줄임말로, 원래 음악보다 속도를 높여 편집된 방식)이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SZA나 Steve Lacy 같은 소위 팝스타들은 sped-up 버전의 음원을 대놓고 발매하기도 했다. 이 방식의 음원이 음악의 디테일한 감상을 저해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숏폼의 성장에서 음악 형태의 변화는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는 듯 하다. 그럴만한 이유는 간단하다. 숏폼의 주요 콘텐츠인 춤 영상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이 형식은, 음악의 하이라이트, 즉 훅(hook)을 짧은 시간으로 축소시켜 보컬의 멜로디라인을 돋보이게 한다. 대표적으로 SZA의 KILLBILL(sped up) 이나 The Weeknd의 Die for You(sped up) 버전과 같은 R&B적인 터치가 짙은 음원들이 이런 현상을 보인다. 보컬의 멜로디라인이 더욱 역동적으로 변하고, 끈적함을 보여주는 R&B의 요소가 bpm의 변화로 조금 더 신나는 그루브를 가질 수 있게 한다. 또한 개인적으로 숏폼 속 춤들은 대부분 창작이지만, 모두가 전문 댄서가 아니기에 기존 곡들이 가진 마디 사이 공백을 그루브하게 표현하기 보다는, 빠르게 흘러가는 노래에 쉽고 포인트가 되는 안무를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토대로 sped-up 이 숏폼의 댄스 콘텐츠를 위한 요소처럼 보이지만, POV 컨텐츠와 상황극 컨텐츠에서 많이 사용되는 양상을 보이며, 숏폼에서 음악은 다이나믹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BGM으로 자리 잡았다.
어떻게 보면, 피프티피프티의 주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양상을 보인다. 곡 'Cupid'는 Doja cat의 곡과 비슷한 분위기의 몽환적이면서, 편하게 들린다. 슈게이징스럽기도 하고, 드림 팝스럽기도한 이 곡은 다른 장르와의 결합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은 것이 또한 장점으로 느껴진다. 정석적인 비트진행과 샹송을 섞은 듯한 분위기와 드림팝같은 몽글몽글한 분위기를 잘 표현해냈으며, 또 그와다르게 곡의 분위기와는 모든 걸 동일시 하지 않는 작사가 도드라진다. '짝사랑에 실패'한 마음을 몽환적으로 그려낸 가사는 또 정석과는 거리가 먼 느낌이다. 특히 후렴의 'i gave a second chance to cupid/널 믿은 내가 정말 stupid' 의 가사는 씁쓸하지만 자신감이 돋보이는 가사가 보인다. 특히 '널 믿은 내가 정말 stupid' 같은 경우는 '날 몰라준 너가 정말 stupid'로 바꿔도 될 정도의 곡 분위기에서 보일 수 있는 가장 도발적인 가사라 생각한다.
단순한 '사랑'의 가치를 표현하는 것이 아닌, 반응과 감정이 드러난 입체적인 작사를 통해서 더욱 가깝게 공감을 이끌어 낸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사랑'이라는 주제의 노래가 노릴 수 있는 공감층이 '사랑과 관련된 감정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Cupid의 가사는 '사랑에 실패해 의기소침한 사람'이라는 식의 좁아진 해석이 담긴다. 마냥 가사만을 보고 매력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가사가 말하는 범위가 좁을 수록 더 깊은 공감이 나올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피프티피프티는 당연하게 좋은 곡으로, 당연하게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트렌드에 정확히 조준된 계획적인 흥행이지만, 현 아이돌의 비지니스 모델과 타겟이 케이팝에서 볼 수 없는 빈틈을 노린 것은 맞다.
2. 완벽한 가사가 완벽한 서사를 대변할 때
힙합 그룹 긱스(geeks)와 자메즈(Ja mezz)가 소속 되었던, '그랜드라인'의 대표 '웜맨'은 그랜드라인을 떠나 GLG라는 아이돌 기획사를 설립한다. 소속그룹인 하이키(HI-KEY)는 최근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이하 건사피장)'으로 최근 국내 주요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그랜드라인은 굵직한 힙합 레이블을 운영했던 제작자가 맡은 그룹인 만큼 힙합베이스의 비트를 지향하며, 해당 곡은 특히 붐뱁 비트의 묵직함과 트랩의 강렬함을 그대로 담아 제작자의 색감을 담았으며, 또한 하이키의 기존 컨셉이었던 '스포티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시련 속 주저않지 않는 당당함'을 필두로 듣기 좋은 노래를 만들었다. 국내에서 이 곡이 주목을 받게 된 건 한 연예인의 언급일 수 있지만, 해당 연예인도, 국내 반응도 동일하게 '가사'를 손꼽았다. 가사가 수려함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단순한 감정의 나열이 아닌 하나의 상황에 대입해 풀어냈다는 점인데, 오브제로 설정된 상황이 가장 적절했다는 생각이다.
많은 설명이 필요없는 하나의 상황을 대입해서 풀어낸 가사는 제목 을 필두로 가사의 흐름이 설명을 해야하는 것이 아닌, 이어나간다는 것이다.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라는 주제가 처음 있는 것은 아니다. 백예린의 '지켜줄게' 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주제이자, 대중들에게는 이미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에 있는 대상'이자 '꿋꿋함'의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어찌보면, 안전한 주제 처럼 보이지만, 각인이 된 주제 속에서 그룹 역시 자체의 색깔이 잃지 않는 방식으로 전하는 위로는 많은 이의 공감을 사기 시작했다. 또한, 그룹이 만드는 서사가 이를 이끌기 시작했는데, 대형 기획사 연습생들로 이루어진 멤버 구성과 신생 기획사라는 점이 가사를 몰입하게 만들며, 특히 가사 속 '악착같이 살잖아'가 앨범의 흐름과 그룹의 서사를 관통한다.
가사를 읽다보면 한국적인 가사라는 생각이 든다. 역경과 시련 속에서 서서히 전해지는 감동이 대중들이 희망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이자, 그룹이 가진 서사로 '실화'가 되어 가는 상황 속에서 응원과 감동을 챙기는 멋진 서사를 적어가고 있다. 역경을 거치고 성공한 이의 이야기가 감동을 주듯이, 신생 회사 속 신생 그룹이 그려가는 그림이, 같은 상황을 겪는 많은 이들을 이끄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3. 두 장의 미니앨범으로 만든 유튜브 100만
앞서 말한 두 그룹과 이 그룹을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치밀한 마케팅'이다. 음악에 산업이 더해진 순간부터 마케팅은 산업에서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듣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기 위해서는 단순히 노래가 좋아야 하는 것도 크지만, 그것과 동시에 마케팅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것도 중요해진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SNS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마케팅은 이제 더욱 치밀해지기 시작한다. 남다는 세계관을 가진 Triple S는 데뷔 6개월 만에 유튜브 구독자 100만명 달성과 독특한 방식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Triple S는 무한확장하는 아이돌이다. 총 24명의 인원으로 이루어진 아이돌은 두가지 방식으로 활동을 전개하는데, 무한으로 생성되는 유닛과 단체활동이다. 이 그룹은 데뷔자체부터 큰 주목을 끌었는데 바로, '앨범 10만장 판매 공약'이다. 유닛의 앨범이 10만장 이상 판매되지 못 할 경우 해당 유닛은 해체하게 되고, 이상 판매 될 시 유닛은 유지가 된다. 이는 '해체'가 아닌 무한확장을 위한 기반이며 무한히 성장의 가치를 두는 그룹의 색깔과 동일시 된다. 그룹의 설계 자체만으로도 많은 주목을 이끌어낸 해당 그룹은 활동 방식 뿐만아니라 다양한 마케팅으로 팬들의 유입을 적극적으로 만들었다.
Triple S의 인기 요인은 음악 뿐이 아닌 팬들과의 소통을 통한 마케팅이다. 최근 EP [ASSEMBLE]은 유튜브 구독자들의 투표로 선정된 곡이다. 여러 곡들의 비트를 업로드 한 뒤 토너먼트 형식으로 타이틀곡을 정하였고, 결국 1등을 하게된 곡이 타이틀곡 'rising' 이다. 이런 마케팅 방식은 그룹 운영방식과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10만 공약 역시 무한한 시도 끝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 그룹이 살아남아 팬층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실패할 확률이 가장 적은 '지속가능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 애초에 그룹이 추구하는 '무한한 확장'은 무한한 도전으로 속하며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활동과 자유로운 소통이 해당 그룹의 색깔 처럼 묻어나기 시작했다. 또한 추구하는 색깔 역시 자유로운 10대를 지향하며, 유닛 Triple S aaa의 타이틀곡 'Generation' 과 Triple S 첫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 'RISING'의 가사와 뮤직비디오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다소 제멋대로 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다.
이런 마케팅과 그룹이 추구하는 색깔, 그룹의 운영방식이 하나의 가치로 귀결되기 때문에 그룹이 가지는 매력이 총24명의 많은 인원임에도 불구하고 단정된 매력을 만든다. 그렇다고 음악이 안좋으냐 라고 한다며, 확실하게 좋다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그룹이 가진 자유로운 매력이 수록곡까지도 드러나게 된다. Triple S AAA의 수록곡 'Rolex' 는 필자가 가장 과감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돌 수록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힙합의 문화 속에서 더욱 뚜렷이 강조된 성공의 상징인 롤렉스를 화자로 설정되는 10대 소녀의 기준으로 해석되는 것 뿐만 아니라, 우아하게 강조되는 뭄바톤 비트가 앨범의 완성도를 더해주었다. 뉴진스가 10대의 자연스러움을 표현한다면 Triple S는 10대의 예측불허한 자유로움을 표현한다. 우리가 길거리에서 틱톡이나 숏폼을 찍기 위해 춤을 추는 것을 예상 못했던 것 처럼.
이 세그룹이 주목받은 방식은 전부 다르다. 하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음악을 표현하고, 결국 음악이 좋았기에 주목을 받은 '정공법'이 통하게 되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