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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넬 Jun 21. 2022

얼터너티브 R&B가 향하고 있는 곳

문수진의 첫 번째 EP[Lucky Charms!]


"저는 제 자신을 팝아티스트라고 생각하거든요. KPOP이라고 불러도 되고, 저는 한국 사람이니까. 그냥 R&B 장르 안에만 국한되어 있는 아티스트로 보시기보다는 조금 더 넓은 범주 안에서 봐주셨으면 하는, 특히 음악적으로."

                                                                                                                 -포크라노스 인터뷰 中


 얼터너티브 R&B의 흥행의 시작은 해외의 The Weeknd부터였다. R&B 정통의 그루비함과 발성을 가져가되, 타 장르의 결합과 특유의 우울한 감성을 추가하여 독보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장르로 자리 잡았다. 얼터너티브 R&B가 흘러온 과정을 짚어 보기 위해서는 발라드, 스탠더드 팝의 흐름까지 올라가야 한다. 해외에서 자리잡은 장르와 영향을 받은 국내시장의 발전을 통해서 얼터너티브 R&B는 어떻게 올라왔을까.


 한국의 스탠더드 팝이 최초로 등장하게 된 것은 역사적 사건과 연관이 되어 있다. 한국의 해방과 6.25 전쟁 이후 이태원을 중심으로 미8군 부대를 위한 라이브 쇼에서 미국의 입맛을 맞추기 위한 음악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서구식 대중음악이 한국에 최초로 정착하게 되면서 라이브쇼 등 한국의 가수들이 영미권의 대중음악을 연주, 노래하게 되는 사람들이 되었다. 그렇게 한국 시장에서도 50년대 후반부터 전형적인 트로트를 벗어난 깔끔하고 세련된 블루스 계열 음악들도 확산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한국의 음악은 정치적인 영향을 받기도 하였는데, 특히 1960년대 박정희 정권 당시 많은 트로트 음악들이 금지곡이 되며, 탄압받기도 하였다. 그렇기에 스탠더드 팝의 등장은 당연할 수도 있었다. 미군정의 자리에서 영향을 받은 팝 음악들이 트로트의 자리가 약해져 가는 위치에 등장하였고, 트로트 음악을 구사하던 가수들도 이를 생존을 위해 받아들이며 대중으로부터 자리 잡기 시작했다. 초기 한국 스탠더드 팝의 특징은 미국의 스탠더드 팝을 전부 가져오지 않았다. 당시 미8군 쇼를 중심으로 팝 음악이 확산하였기 때문에, 미8군 쇼에서는 스탠더드 팝뿐 아니라 재즈, 블루스의 다수 흑인 음악을 공연하였기에, 여러 장르가 혼합되었다. 또한 창법 역시 우아하고 부드러운 창법, 암울하고 그리움의 정서를 중심으로 확산하였다.


스탠더드 팝의 기존 서양적 정서인 대도시에 대한 낙관과 희망의 태도는 흑인 음악의 뿌리에서 나왔으며, 이것을 수용한 국내에서는 근대화의 현실을 말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어 수용되었다. 그렇게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국내 음악시장은 포크와 록 사이에서 발라드로 팝 음악은 발전이 되었으며, 기본적인 특성은 포크보다는 화려하지만, 록보다는 화려한 사운드 구축은 아니며, 포크보다는 지적인 음악은 아니며, 록보다는 섬세한 포크와 록 사이에서 영향력을 만들어 왔다. 90년대부터 서태지의 댄스음악 등 반항적인 사운드에 밀리는 추세에서 다시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사이에서 대중적인 이미지로 발전하였다. 발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특징은 ‘사랑’이다. 내면적인 성찰을 토대로 대중적인 관념인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였고, 화성과 우아한 사운드로 다양한 세대의 호불호 없는 지지를 끌어냈다.


발라드가 된 기존의 팝 시장은 상업적인 경쟁을 위해 미국 흑인 음악인 R&B를 흡수하여 장르적인 발전을 일으켰는데, 이는 전통적인 R&B의 도입이라기보다는 미국 당시의 주류음악인 상태에서 도입이 되었다. 고로 한국에서 들어온 R&B 발라드는 흑인 음악의 뿌리를 계승하면서도 팝 음악의 형태를 띠기도 하였다. 당시 (2000년대 초반) 국내 음악시장의 R&B들은 가사의 주제가 '사랑'을 너머 '이별'의 형태를 띄기도 했으며, 가사로 표현하는 폭이 넓어지고 있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The Weeknd의 흥행(Miguel과 Frank Ocean도 빼놓을 수 없는 주역)과 PBR&B 시장, 즉 국내 얼터너티브 R&B의 시장 역시 서서히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The Weeknd 라는 가수의 결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 타 장르와의 결합이 어색해지지 않는 수준까지 올라온 것이다. 과한 생각일 수 있지만, 그에 대한 가장 최근의 답이 바로 문수진의 첫 번째 EP라고 생각한다. 문수진의 첫번째 EP[Lucky Charms!]는 댄스홀, 뭄바톤, 레게톤의 장르와 팝 적인 요소를 과감하게 레이어링한 앨범이다. 하지만 동시에 문수진 본연의 보컬의 그루비함을 가져가며, 앨범을 감상하였을 경우, 끈적이는 듯한 보컬의 터치와 리듬감이 느껴지는 비트의 결합이 적절하게 느껴진다. 이 앨범을 R&B라고 쉽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얼터너티브 R&B 초기의 우울한 감성보다는 타 장르의 결합에 무게를 둔 앨범이며, 더 이상 장르의 경계를 그을 수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첫번째 트랙 [Sometimes]를 시작으로 강한 팝의 성향이 느껴지며, 문수진의 멜로디메이킹과 비트의 결합이 장르를 국한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앨범 자체의 완급조절역시 'Sometimes - OUT - Right Back - 눈동자' 의 1 - 4 번 트랙 배열이 미니멀한 사운드와 화려한 사운드의 교차로 압도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특히 1,3번 트랙은 베이스의 주도로 이어지는 곡의 분위기 속에서 더욱 빛나는 문수진의 끈적한 톤이 2,4번 트랙의 화려하고 신나는 느낌의 트랙에서도 변함없이 힘있게 느껴진다. 가사 역시 '교감'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능동적인 자세를 취하는 '너의 눈동자 속에 영원히 살고파(눈동자中)/너 없이 괜찮을 것 같애(OUT中)' 등 주체적인 모습과 '교감'을 원하는 수동적이고, 조율하는 자세 '너가 원하던 완벽한 타이밍에 맞출게(Right Back中)/세상아 너무 급하지 마 기다려줘 제발(Sometimes中)' 가 역시 교차하며 비트와 가사를 통한 완급조절이 앨범전체의 완급조절로 이어지며, 서사의 방향을 통한 청각적인 효과가 청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또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문수진이 인터뷰에서 말한 말. 아티스트의 방향과 기존의 팬층이 원하는 이미지는 언제나 동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장르의 경계가 깨지고 있는 시대다. 청각적으로 어느 장르라고 말할 수 없는 곡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아티스트의 개인의 무궁무진함이 장르 전체적으로 서서히 진동을 주는 현상이다. 팝이라는 장르도 결국 대중적인 음악이다. 대중적으로 다가가거나, 자신의 고유의 장르를 살리거나 아티스트의 선택이지만 더 이상 아티스트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그와 비교하며 이상한 음악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표현하고자 하는 대로 표현하는 아티스트가 곧 음악시장의 발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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