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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하 May 26. 2021

선한의지의 한 해가 되길

안산뉴스 


김명하 안산대 유아교육과 교수


한 해가 새롭게 시작됐습니다. 새해, 무엇보다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지난 연말은 가수 양준일에 대한 신드롬이 불었던 것 같습니다. 90년대 인가가요를 들려주고 보여주는 인터넷 채널에서 그 시절 10대와 20대였던 이들이 채팅을 통해 추억을 공유한다고 해서 온라인 탑골공원이라 불리는 공간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공간에서 90년대에는 큰 인기가 없던 양준일이라는 가수와 그의 노래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90년대 20대였던 양준일은 가수 GD를 닮은 외모와 패션센스, 지금 들어도 중독성 있는 노래로 온라인 탑골공원을 통해 새롭게 발견되며 대중들에게 소환되었고 결국 방송출연까지 하며 더욱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오십이 넘었으나 여전히 그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 것은 그의 외모였다기보다는 그의 말을 통해 풍겨오는 삶에 대한 그의 지향이나 믿음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시대를 앞서가는 노래의 가사와 그의 외모는 90년대 당시 많은 이들에게 외면 받았고, 결국 그는 살던 미국으로 돌아가 가수라는 꿈과는 먼 삶을 살았습니다. 지극히 원하던 젊은 날의 꿈은 외면 받고 30년이란 긴 시간이 흘러 이제야 반짝 주목받은 삶에 여러 회한이 있었을 텐데, 오십의 그가 절망하고 좌절하던 스물의 양준일에게 보내는 말은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네 뜻대로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내가 알아. 하지만 걱정하지마. 모든 것은 완벽하게 이루어지게 될 수밖에 없어.”


한 개인의 비애나 슬픔이 한 개인으로부터만 기인하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알고 있으나, 그래도 그의 말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엄마와 딸이 함께 좋아하는 가수란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청년들에게도 그의 지향이나 믿음이 따뜻하게 다가온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내 뜻대로 이루어지는 삶이란 얼마나 어려운지 우린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런 삶들이 내 삶과 내 옆의 삶들을 통해 끊임없이 확신으로 드러나는 사건들이 우릴 좌절과 불안과 급기야 분노로 뒤덮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자신이 만들어내는 푸념, 타인이 만들어내는 소문들과 언론의 언어들이 뒤섞여 따뜻함이나 희망보다는 거친 좌절과 분노, 불안의 언어로 나도 모르는 사이 자신과 우리 삶을 가득 채웠던 것 같습니다.


양준일의 등장이 그의 노래와 외모가 아니라 그의 언어와 미담을 통해 불붙듯 확장되었다는 것은 그런 위로와 따뜻함이 날선 언어와 사건들 속에서도 우리가 본능적으로 갈구한 선함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그 선한 힘에 고요히 감싸여 그 놀라운 평화를 누리고 나 그대들과 함께 걸어가네, 나 그대들과 한 해를 여네. 그 선한 힘이 우릴 감싸시니 그 어떤 일에도 희망가득. 주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셔 하루 또 하루가 늘 새로워. 저 촛불 밝고 따스하게 타올라 우리의 어둠 살라버리고 다시 하나가 되게 이끄소서. 당신의 빛이 빛나는 이 밤, 그 선한 힘이 우릴 감싸시니 그 어떤 일에도 희망가득. 주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셔 하루 또 하루가 늘 새로워.”


1906년에 태어나 1941년 히틀러 암살계획에 가담하여 1943년 체포되고 1945년 처형된 독일의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가 1944년 겨울 옥중에서 쓴 마지막 시입니다.


우리의 오늘은 새해에도 새로운 몫의 고난과 좌절과 불안과 분노가 있겠으나, 선한 희망이 되어주는 작은 개인들과 함께 걸어가는 길이 ‘선한 희망’에서 ‘선한 힘’으로 확장되는 것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새해에는 더 많은 복을 ‘함께’ 지을 수 있기를, 우리가 함께 지은 복이 고요하지만 놀라운 평화가 되어 나와 당신, 우리와 그들에게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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