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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하 May 26. 2021

죽음으로 가는 길, 닿지 않는 목소리

경일일보 수요광장 


부당해고 연대의 시민참여 행사에
배고파요 도움을 구걸하는 노숙자
사람들은 투명인간 보듯 스쳐간다
죽어가는 이도 계급이 있는 것인지
그들의 행동이 위선은 아닐진대

김명하 안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민교협 회원꽤  길이었습니다. 김밥과 따뜻한 차를 마시는 사람들의 사이를 그는 마치 행진하듯 천천히 걸어왔습니다. 어깨를 넘는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무엇보다 몹시 추웠던 날이었는데도 맨발이었습니다. 마지막 사람들까지 지나친  지난밤의 눈이 녹아 만들어진 작은 물웅덩이를 맨발로 건너고는 근처를 배회했습니다. 족히 이삼백명의 사람들이 흩어져 점심 식사를 하는 행렬 사이를 걸어왔는데도 그는 눈길을 받지 못했습니다. 한쪽에는 여전히 가득 쌓인 김밥과 , 초코빵 그리고 따뜻한 차가 있었으나 그의 몫은 없었습니다.

기업의 부당해고에 연대의 마음을 보태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행사였습니다. 지방에서 걷기 시작해  날을 거쳐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었어요.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자고, 그러니까 죽이지 말고 살리자라고 외치는 걸음이었습니다. 우리가 살리고자  것은 비단  명의 은유적 사람은 아니었을 겁니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업의 횡포, 그럼으로써 노동자 개개인에게 가해지는 폭력, 그렇게 터전을 잃고 삶을 잃고 사그라져 가는 사람들을  이상 죽도록 놓아두지 말자는 지극한 연대의 외침이었을 겁니다.

광장에서도 그랬습니다. 진실을 밝힐 것을 요구하며 수십일을 단식하는 이의 뒤에 서서 평일과 주말마다 사람들이 광장에 모였습니다. 촛불을 들기도 했고 구호를 외치기도 했고 함께 굶기도 했습니다. 단식하는 이를 살리고 그가 요구하는 것을 함께 요구하며  이상 죽이면  된다는 선언의 장이었습니다. 그러나 광장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절규에 가까운 노숙자의 외침, "배가 고파요. 죽겠어요. 돈을  나눠 주세요" 목소리는 사람들에게 닿지 않았습니다. 광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촛불을  사람들이 손쉽게 그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누군가는 결국 그에게 얼마쯤의 돈을 주었을지도 모릅니다. 돈을 쥐어 주는 길에 닿은 그의 손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어쩌면 무관심보다  쓰라린 모멸을 주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수용함으로써 존재를 인정받는 일상의 의례가 '' 위반하고 그래서 일상의 관계가 중단되는 순간, 그가 누구든 사람은  사회의 경계 바깥에 존재하며 투명한 인간이  수밖에 없습니다.

투명해진 이들을 살리자고 나선 길에서 만난 죽어가는 이에 대한 배제의 장면이 자꾸 떠오릅니다.  장면이 떠오르니 과거의 장면들과 오늘의 사건들도 연이어 생각이 납니다. 비통한 이들의 죽음에도 계급을 나눠 놓은 것인지요. 혹은 '죽음' '죽음으로 가는 ' 다른 것인지요. 우리가   있는 연민과 연대는 죽어가는 길에는 닿지 않고 죽어야 비로소 당도할  있는 것인지요. 죽어가는 바로 옆의 이들을 스쳐 지나가며 누군가를 살리자는 외침을 '위선'이란 말로 손쉽게 치부할 수도 없습니다. 누군가를 살리자는 '함께의 외침' 혹은 '함께 걷는 ' 또한 귀하기 때문입니다.

질문은 많아지고 답은 여전히 찾지 못했습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혹은 누구를 만나야 답을 들을  있는지  길이 없습니다. 살아 있을 때보다 죽어서야 비로소   공감과 연민, 연대의 마음을 받는 이들. 그렇게 모순적 환대를 받으며 상징이 되는 이들이 오늘도 우리 곁을 떠납니다.

지난주 남성의 몸으로 태어나 여성으로 살아가겠다고 선언한  젊은이가 스스로 죽었습니다. 존재했으나 존재를 삭제당하고 모멸당한 이들이었습니다. 편협하고 왜소한 세계로부터 떠밀려  세계를 떠난 정치하는 시민이자  음악교사였던 김기홍 선생님, 어떠한 순간에도 군인이고자 했으나 심신장애 3급을 강제 판정받고 전역한 부사관 변희수 하사의 명복을 빕니다. 무조건적 환대, 차별 없는 환대의 세계에서 부디 평안하기를 빕니다.

/김명하 안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민교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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