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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하 Nov 28. 2021

5회 연속 유아교육정책토론회의 의미

경인일보 수요광장


지난 11월18일 육아정책연구소의 제3차 정책토론회가 진행됐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우리나라 유아교육정책에 대한 대부분의 연구를 진행하는 국책연구소다. 유아교육과정인 개정누리과정의 경우, 육아정책연구소의 연구 완료 이후 5개월여 만에 해당 연구를 골자로 개정된 교육과정이 고시되어 7개월여 만에 현장에 적용되었으니 정책연구의 중요성을 새삼 알 수 있다.


정책연구는 연구소 내·외부 연구진의 주도하에 이루어지지만 정책연구가 소수 연구자의 개인적 연구가 아니라는 점, 다양한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야 정책연구가 현장에 적용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 민간과 국공립, 기관장과 교사, 학계와 학부모 의견을 두루 수렴하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그동안의 정책연구 또한 토론회, 공청회 등을 통해 현장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왔으나 홍보 미흡, 제한된 인원 등 충분한 현장 의견이 수렴된 것인가, 보고서를 위한 형식적 절차에 그친 것은 아닌가에 대한 의문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국공립 vs 사립·유치원 vs 어린이집
서로 날카롭게 베었던 언어들 주춤
상대방 이야기 들을 수 있는 틈 생겨


이러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육아정책연구소의 5차 연속 토론회는 이례적이고 그래서 의미를 갖는다. 대한민국 미래유아교육·보육 체제개편을 위한 정책연구과정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 국공립과 사립, 학부모와 교사 등 입장에 따라 각기 다른 의견을 총 5차례에 걸친 토론회를 통해 수렴하겠다는 공식적 약속임과 동시에 유튜브 채널을 통한 공개 토론회를 지향하며 마이크가 주어지지 않았던 현장의 여러 관련자들에게 목소리를 허락한 셈이다.

실제 지난 1, 2차 토론회는 토론자로 참여한 핵심 패널뿐 아니라 그동안 목소리를 지니지 못했던 현장의 여러 관계자들 또한 채팅창을 통해 활발히 의견을 개진했다. 지나치게 날 것의 언어로 오간 의견들에 대해 부정적 평가 또한 존재하지만 그동안 입이 있어도 말할 수 없던 이들의 들끓는 감정이 그대로 분출된 결과였다고 생각된다. 국공립과 사립의, 원장과 교사의,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서로를 향한 날 선 언어들은 서로의 입장을 공식적이거나 비공식적으로 진지하게 공유하지 못한 채 정치적 목적으로 휘둘렸던 유아교육계 내부의 아픔이 투사된 결과였다고도 본다.

3차까지 진행된 토론회를 통해 유치원과 어린이집, 국공립과 사립, 민간과 가정에서 교사급여 및 교육과정 운영비 그리고 장애영유아에 대한 국가 지원이 어떻게 차등지원되었는지, 그래서 영아에 대한 교육 불평등이 어떻게 양산되고 있었는가를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개인 사업자로 등록된 사립유치원에 국가재정을 투입하면서도 법인화를 위한 중단기적 계획 없이 진행하며 초래된 사립유치원 사태, 전액 지원받는 국공립유치원과 달리 인건비나 운영비의 일부만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국공립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문제 해결 없는 교사 대 아동수 감축 등 현장과의 논의 없이 머리로만 논의된 정책은 갈등과 논란의 여지를 여전히 잠재하고 현장의 혼란은 고스란히 영유아에게 돌아가게 마련임을 함께 인식한 시간이기도 했다.


발생 가능 현장의 문제점 나온 이상
정책연구에서 간과할 수 없게됐다


3차 토론회는 그런 지점에서 특히 의미 깊었다. 1·2차 토론회와는 달리 첨예하게 대립된 채 국공립이 사립을, 유치원이 어린이집을, 혹은 그 반대로 날카롭게 서로를 베던 언어들이 주춤했고, 서로의 공격에 대한 경직된 방어가 다소 흐트러졌고, 그러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틈이 생겼다. 입이 있으나 말할 수 없던 시간들에 대한 여러 감정이 한꺼번에 튀어나온 뒤에야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준비가 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순화된 언어든 날 것의 언어든 말하기란 발화를 통해 야기될 수 있는 현장의 문제가 발견될 수 있었고 발견된 이상 향후 정책연구에서 해당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지나는 것은 어렵게 됐다.

앞으로도 정책연구는 소수 연구자에 의해 주도되겠지만 연구자의 주된 역할 중 하나가 현장의 의견을 듣고 조율하고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문제들까지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사립유치원 문제도, 장애영유아 문제도, 민간과 가정어린이집의 문제도 결국 유아교육의 문제라는 인식 속에서 비난보다는 해법을 함께 찾아가며 유아교육계의 오랜 희망인 교육부로의 교육과 보육 통합, 유아학교를 실현해 나가길 고대한다.

/김명하 안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민교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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