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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하 Mar 20. 2023

유보통합을 앞두고 어린이집·유치원 선생님들께

경인일보 수요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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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는 유보통합을 통해 유아교육의 질이 지금보다 개선되길 희망합니다. 유아교육이 초중고와 같은 학교급 체제로 들어가 안정적 재원으로 0~5세 유아 모두가 공립과 사립의 차별 없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차별 없이 교육받고 보호받길 희망합니다. 무엇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교사 또한 공립이든 사립이든 초중고 수준으로의 교원 지위를 확보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보통합을 통해 유아교사 양성과정이 초중고와 동일하게 4년 학과제로 변경되어야 하고, 그에 걸맞은 교사 대우 또한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교사·0~5세 유아 차별 받지않도록
방향 설정 목소리 무엇보다 중요
 

사립유치원의 경우 방과후 돌봄 교사가 있기는 하나 원당 1인만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있어 결국 교사 부담이 높습니다. 대부분의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은 통학차량을 운행하는데 인솔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교대로 탑승해 유아들의 등하원을 지도합니다. 점심시간 역시 교육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니 비공식적으론 오전 8시30분 출근, 오후 6시 퇴근이 일반적입니다. 어린이집의 경우 점심 휴게시간이 있으나 제대로 지켜지긴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평가입니다. 반면 국공립유치원의 경우 방과후 과정을 진행해도 돌봄사가 따로 있고 점심시간을 교육시간으로 인정받아 8시30분 출근이면 4시30분 퇴근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2021년 서울 기준 국공립유치원의 통학버스 운영은 1% 미만이나 이 경우 교사가 아닌 인솔자가 따로 등하원을 지원합니다. 연수를 위한 시간이 따로 없어 근무 이후 야간에 진행되는 어린이집 교사의 연수와는 달리 국공립유치원 교사 연수는 근무시간에서 공제되는 것도 큰 차이입니다. 누리과정 담임 수당 역시 어린이집은 학급당 인원수가 일정인원이 되지 않으면 지급되지 않습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뿐 아니라, 유치원 안에서도 국공립과 사립에 따른 차별이 존재하고 결국 이러한 차이는 0~5세 유아가 교육받고 보호받아야 할 권리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교육의 가장 중요한 주체 중 하나인 현장의 교사들이 유보통합의 방향을 교사가 차별받지 않는, 0~5세 유아가 차별받지 않는 방향으로 설정될 수 있도록 목소리 내는 일은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유보통합은 공립과 사립,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진 지금 더 이상 방기할 수 없는 문제라 그 흐름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물론 3~4년제 학위과정을 통해 교사가 된 이들이 1년 단기과정을 통해 교사가 된 이들과 같은 교사로 불리는 것이 불편하거나, 임용고시를 통해 국공립 유치원 교사가 된 이들이 사립 유치원, 혹은 어린이집 교사들과 근무 여건 등이 비슷해진다는 것이 불편할 수는 있어요. 그러나 그것에 집중해 반대하기 보다는 더 이상 단기과정을 통해 교사가 양성되지 않도록, 학위과정을 통해 4년 학제 안에서 유아교사들이 더욱 전문적으로 양성되고 초중고 교사와 동일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그래서 유아교육이 질적으로 상향 조정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4년 학위로 초중고 교사 동일 대우
좀 더 나은 환경서 일에 집중하도록
공립-사립 함께 연대하길 당부


어떤 상황을 상향 평준화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체제가 상향조정된 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중간지대를 형성하기 마련입니다. 1984년 교대가 2년제에서 4년제로 전환되었을 때에도, 1991년 교대나 교원대 졸업자 임용에서 교육공무원임용후보자선정시험으로 공립유치원 교사 임용방식이 바뀌었을 때에도 그 과도기에 기존 시스템을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시키기 위한 완충지대가 있었습니다. 경력자의 보수교육을 통한 전환이 일반적이나 완충지대를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에 대해서도 현장 최일선에 있는 교사들이 현실에 기반한 안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오늘도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고단한 일상에서 동료 교사들은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약속한 2025년 유보통합의 시대에는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교사들이 유아들과의 하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안을 제안하고 촉구해야 합니다. 당사자의 목소리가 제일 중요합니다. 공립과 사립,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들이 0~5세 유아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함께 연대하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김명하 안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민교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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