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뛰어넘는 손 메모만의 장점
요즘 사람들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같은 편리한 도구들과 일상을 함께한다. 그렇다 보니 전과 같이 손으로 직접 글자를 쓰는 일은 점점 줄고 있다. 게다가 인터넷 상에서 쓰이는 줄임말의 남용, 한 글자만 써도 알아서 전체 단어를 보여 주는 ‘자동완성 기능’이 일상이 되면서 기본적인 맞춤법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줄임말을 남용하거나 맞춤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글을 쓰면 본래의 의미를 잘 드러내지 못할 뿐 아니라 머릿속에서도 명확한 사고를 하기 힘들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입말은 맞춤법이 약간 틀리거나 줄임말을 써도 상대방이 이해하면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글말은 쓰는 사람의 뇌와 연결돼 점점 더 잘못된 말과 의미로 변질되기 쉽다. 때문에 글말이 서툴면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고 명확한 사고를 하기가 어렵다.
이처럼 쓰기 능력의 저하는 사고력의 저하로 이어진다. 혹자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의 메모 기능을 이용해 아이디어를 기록하고 저장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손으로 직접 쓰는 것을 추천한다. 손으로 쓰는 편이 훨씬 자유롭기 때문이다. 노트의 빈 공간이라면 오른쪽으로 갔다 왼쪽으로 갔다 어디로든 움직이면서 단어끼리 선을 긋거나 도표도 곁들이며 자유자재로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다.
게다가 손으로 쓰는 행위는 뇌의 활성화에도 도움을 준다. <도쿄대 합격생 노트 비법>에는 흥미로운 실험 결과 하나가 실려 있는데, 수업 시간에 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각기 다른 방식으로 수업 내용을 기록하게 한 후 각 그룹의 뇌 상태를 살펴보는 실험이었다. 첫 번째 그룹은 판서와 교수의 설명을 노트에 적게 했고, 두 번째 그룹은 판서만을 노트에 옮겨 적게 했다. 마지막 그룹은 판서와 교수의 설명을 키보드로 타이핑하여 기록하게 했다.
실험 결과 판서와 설명을 노트에 적은 첫 번째 그룹이 가장 뇌가 활성화됐다. 그다음은 판서만 손으로 옮겨 적은 두 번째 그룹이었고, 판서와 설명을 키보드로 타이핑한 세 번째 그룹이 가장 뇌가 덜 활성화됐다. 짐작한 대로이자 수긍이 가는 결과였다. 실험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판서 내용만으로 타이핑하는 방식도 추가했다면 아마 뇌의 움직임은 더욱 잠잠했을 것이다.
-사이토 다카시, 『메모의 재발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