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계는 늘 물리적 시간보다 5분 빠르게 세팅되어있다. 욕실 시계는 10분 빠르게 설정을 해 뒀다. 씻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기 때문에 좀 더 이르게 세팅을 해둔 것이다. 그것은 나의 오래된 습관으로 약속된 시간보다 좀 더 빠르게 움직이기 위함이다. 손목시계를 10분 먼저 세팅하여 본 적도 있다. 한데 나의 경우 10분은 너무 큰 시간이었다. 습관적으로 10분 빠르게 세팅된 것을 의식하고 움직임이 일반 시간에 맞춰 가는 나를 발견하고 5분으로 시간을 조정했다.
그렇게 습관적으로 손목시계에 맞춰 지내보니 언제부터인가 나의 시계가 5분 빠르다는 것은 의식에서 사라졌다. '크로노스(Chronos)의 시간 속 나만의 '카이로스'(Kairos)를 가지게 된 것이다.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
'크로노스'(Chronos) : 단순히 시계로 표시되는 흘러가는 시간, 일련의 불연속적인 우연한 사건들이 지나가는 시간
'카이로스'(Kairos) : 때가 꽉 찬 시간으로 구체적인 사건의 특별한 의미가 있거나 중요한 뜻이 담긴 시간을 의미. 카이로스는 자신의 존재 의미를 느끼는 절대적인 시간
이런 습관은 약속시간에 일찍 나가기, 출근시간보다 일찍 출근하기, 업무 마감시간보다 일찍 마무리 하기, 퇴근 준비를 위한 여유 등을 가질 수 있다. 5분 일찍 생활하다 보면 마음의 여유가 생겨 조급하게 생활하지 않아 이점이 많다.
첫째, 출근시간 역시 여유로울 수 있다. 의식적으로 10분~20분 먼저 집을 나서는 나는 실제 시간은 15분~25분 이르게 출발하는 셈이다. 이렇게 출발하면 러시아워를 피해서 나갈 수 있으니 낯선 남자의 엉덩이와 닿지 않아도 된다. 또한 반드시 일찍 나서지 않는 날이라 하더라도 5분 일찍 나가면 출퇴근길 발생할 수 있는 이슈들을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다. 사람이 너무 많아 다음 지하철을 타야 할 때 늦을까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며 긴 환승 길을 아침부터 전력질주하지 않아도 된다. 아침의 5분은 황금 같은 시간이다.
둘째, 업무에서의 여유로움이다. 업무 보고해야 하는 시간보다 일이 먼저 마무리되면 문제가 없는지 다시 한번 검토해 볼 수 있다. 여유롭게 오탈자 체크, 문서의 전체 맥락에서 어긋나는 것은 없는지 마지막 점검을 할 수 있다. 보고할 미팅 시간에도 5분 먼저 도착해 준비한 자료를 세팅하고 여유롭고 다른 참여자를 기다릴 수 있다. 5분의 여유다.
셋째, 가장 짜릿한 퇴근을 즐기는 5분이다. 퇴근 시간을 알려주는 6시의 알림이 있다. 손목에서 보여주는 6시에 책상 정리를 시작하고 화장실을 다녀온다. 그럼 허겁지겁 퇴근 시간이 되었구나 하며 나올 것이 아니라 퇴근시간이 되어 여유롭게 가방을 챙겨 들고 웃으며 나올 수 있다. 남들보다 5분 여유롭게 퇴근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넷째, 약속 시간에 늦지 않을 수 있다. 유독 약속시간에 자주 늦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매번 상습적으로 지각하는 사람들임을 알 수 있고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는 신뢰도가 떨어진다. 약속시간에 맞춰 허겁지겁 달려가거나 늦어서 사과의 메시지를 보내지 않아도 되니 그것으로 여유롭다. 5분은 상대를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해주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면 아깝지 않은 시간이다.
이외에도 5분 일찍 움직임으로 인한 장점은 꽤 많이 있다.
5분.
누구에게는 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일 수도, 누구에게는 느리게 가는 시간일 수도 있다.
자주 지각하는 친구들을 보면 30분씩 지각하는 것이 아니다. 겨우 5분 정도 습관적으로 늦는다. 약속 시간에도 5분 정도 늦으며 아무렇지 않게 도착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습관이다. 그런 사람들이 5분만 일찍 움직인다면 자신의 시간도 여유롭고 상대의 5분을 빼앗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약속 시간에 예민하다. 상대의 시간을 빼앗는 것도 내 시간을 빼앗기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서로의 시간을 지켜주는 것이 상대를 배려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5분은 소중한 시간이다. 5분을 소중히 여길 줄 안다면 같은 시간을 다르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다. 똑같이 흘러가는 5분을 누군가는 허겁지겁 사용하고 누군가는 애를 태우며 사용한다. '5분 먼저' 움직임을 시작해보면 흘러가는 시간에 내가 맞춰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시간을 맞춰서 사용할 줄 알게 된다. 그래서 늘, 시간에 대한 개념이 약한 후배들에게는 약속 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것에 대해 주의를 준다.
나는 이렇게 시간에 대한 개념이 약한 사람들에게 '5분 먼저'를 실천해 보길 추천한다. 그것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24시간을 누군가와 다르게 사용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음을 나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