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 판교를 다녀왔다.
최신 테크노밸리라는데 나는 처음 가봤다. 판교역으로 나가보니 새롭게 조성된 지역인 만큼 깨끗한 건물들 사이 넓은 도로가 여유로운 도시처럼 보였다. 지하철 근처에 약속이 있었던 나는 생각보다 적은 사람들을 보며 여기가 메인 스트릿은 아닌가 싶었다. 역시 버스를 타고 움직여야 테크노밸리 중심부로 이동할 수 있다는 친구의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저 멀리 손짓으로 알려주는 테크노밸리 메인 스트릿의 건물들은 하나같이 표식이라도 하듯 박스 모양에 벽면은 밤이면 안이 훤희 들여다보일 유리로 채워져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테크노밸리를 바라봤다. 현재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의 포물선이 아래로 내려가고 있는데 판교 테크노밸리에 있는 사람들은 내려가는 곡선을 끌어올려 상승 곡선을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곳에서는 매일같이 세상을 바꿀만한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고 있으니 현재 스코어, IT 산업 최고의 핫 플레이스인가?
강남 테헤란로를 시작으로 IT 밸리는 이름과 지역을 바꿔가며 움직였다. 구로디지털단지도 처음에는 굉장히 핫한 곳으로 인식됐다. 좁은 도로, 지저분했던 지역이 깨끗한 건물과 도시로 바뀌었다는 광고들을 쏟아냈다. 실제 당시 주변 많은 IT 회사들이 구로디지털단지로 이전해갔다. 테헤란로의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느니 위치는 조금 멀어지더라도 월세를 아껴보겠다며 넘어갔다. 처음의 명성에 비해 핫하게 떠오르지 못한 구로디지털단지는 IT인의 성지까지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꺼져버렸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소위 대박은 아니었다고 봐야 한다.
경기도의 무한 사랑을 받고 있는 판교는 끊임없는 개발과 투자로 여전히 핫하게 움직이고 있다. 막대한 국가의 인프라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으니 핫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곳일 테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입주한 기업의 매출이 77조를 넘어섰고 최대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제 2 판교, 제 3 판교 테크노밸리까지 조성한다고 하니 거대한 산업단지가 되어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판교는 미국의 실리콘밸리, 프랑스의 스테이션 F, 런던의 테크 시티처럼 '대한민국의 IT밸리'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것일까?
판교는 '희망의 땅', '4차 산업 전초기지', '4차 산업 메카' 등 타이틀이 참으로 많은 곳이다. 그런 곳을 다녀오고 보니 IT인으로서의 나는 이제 비주류인가 보다 싶다. 판교에 처음 간 나를 보고 친구가 "뼛속까지 IT인이 이래서 되겠어?"라며 농담을 던졌는데 난 이제 뼛속까지 'IT인이었었다'는 과거형을 인정하고 돌아왔다. 물론 모든 IT인이 판교에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말하는 비주류라는 것은 그곳의 사람들과 같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지 않은 나를 이야기하는 것뿐이다.
나는 이제 한발 뒤로 물러나 그곳을 바라보는 사람이 되었다. 치열한 시간들은 그들에게 맡기고 그들이 어떤 것들을 만들어 세상을 바꿀지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 있다. 이제는 홍대 클럽을 가지 않는 것처럼 판교 핫플레이스도 이제 내가 갈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일은 하고 있지만 어쩌면 나는 이제 그들은 모르는 히스토리 속 IT인으로 남게 될런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