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기 김희정 -
내 눈을 속이는 너의 모습이
내게 슬픔을 가져다준다.
어린 시절의 나는
너의 천진함을 볼 수 있었고
좀 더 나이가 든 나는
거짓과 진실을 볼 수 있었다.
지금은
딱딱한 껍질 속에서 헤어날 줄 모르는
네가 되어 버렸다.
먼 훗날이 되면
해를 달이라 부르고 낮을 밤이라 부르게 될는지도 모른다.
너의 거짓됨을 알게 된 지금
무한한 우주에서 하나의 의미를 찾아
너에게 줄 수만 있다면
아름다운 너를 볼 수 있을 텐데
사람들이 너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가더라도
너를 위해 기다리고 싶다.
고등학생 때 쓴 글이다. 오래전 노트 속 글들을 읽으며 참 순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 한번 읽어보고 노트를 보며 그대로 타이핑해 보았다. 다른 글들은 언제 썼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이 글을 쓰던 밤은 유독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순수하게 고민하고 애쓰던 그날 밤의 나를 떠올리니 왠지 마음이 따스하게 느껴지는 글이다.
- 숱한 밤을 고민하며 한벗 문학동아리 활동을 했던 10대의 나를 떠올리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