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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Dec 07. 2018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책을 소개합니다.

올해는 꽤 많은 책을 읽었다. 글을 쓰기 위한 책도, 머리를 식히기 위한 소설책도 있다.

서점에는 매일 새로운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잊히지 않는 고전도 많으니 세상에는 읽어야 할 책들이 넘쳐난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최근 읽은 책 중 몇 권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빨강 머리 앤 (루시 모드 몽고메리)

닛폰 애니메이션의 세계명작극장 시리즈로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과 미야자키 하야오가 장면 설정을 맡아 제작한 만화를 어린 시절 빠짐없이 기다려 봤던 기억이 있다. 빨강 머리 앤의 삶 중 유년 시절 에피소드를 50부작으로 만들었던 이 만화가 강렬했던 만큼 책으로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삼스럽게 빨강 머리 앤에게 끌렸던 것은 '상상 속 이야기'가 듣고 싶어서였다. 앤은 늘 상상하고 끊임없이 조잘대는 아이였다. 그런 수다가 그리웠고 그리운 만큼 책을 읽는 내내 귀가 아프도록 들었다.

나는 책을 읽으며 앤의 지치지 않는 에너지에 힘을 얻었고, 마음을 흔드는 이야기에 기운이 났다.


책 속 앤이 하는 말이 나에게 얼마나 가슴 울리는 메시지를 주는지 새삼 깨달았다. 어린아이였던 앤의 말에 자기 계발서 열 권보다 더 귀 기울이게 되는 것을 경험해보길 권한다. 


- 마음만 먹으면 전 뭐든 할 수 있어요. 힘은 좀 들겠지만요.
- 내일은 항상 흠이 없는 도화지죠?
- 가난해도 좋은 것은 마음대로 상상할 수 있다는 거야!
- 선구자는 언제나 미친 사람 취급받는 거야!
- 사적인 비판에 연연하지 않아!
- 현실의 일은 뒤엉키기 마련이야.
- 다른 게 뭐가 어때서? 그냥 나답게 사는 거야.
- 난 상상력 없이 어떻게 살지 모르겠어. 매일이 모험이 될 수 있다니 멋지지 않아요?
- 가능성으로 가득한 한 해가 시작된다는 게 신나요! 
- 모든 일에는 좋은 점이 있다고 생각해. 나쁜 일도!
- 행복한 나날이란 (중략) 조용히 이어지는 날들인 것 같아요.


나는 이런 주옥같은 말들이 앤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을 예전에는 알지 못했다. 아니, 그 말이 가슴을 치는 말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앤을 명랑하고 호기심 많은 상상 속에 사는 소녀라고만 기억하고 있었다. 책을 읽으며 한 줄 한 줄 되뇌며 읽어보면 앤이 하는 말에서 자기 자신에게 줘야 할 메시지가 넘쳐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을 읽으며 애니메이션 전편을 정주행 했으며 캐나다 드라마도 모두 봤다.(드라마는 50대가 된 앤의 삶까지를 그렸다.) 2주 동안 앤과 함께 지내며 앤의 말을 듣고, 메모하고, 되뇌었다. 마음이 풍족해지는 기분, 어른에게서 느끼지 못한 맑고 깨끗한 말을 들은 기분이다.

앤은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적인 생각보다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아이였다. 불행한 삶이라도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어린 앤은 알고 있었다.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힘을 상상력에서 얻은 것이다.  

한 해가 저무는 12월, 사랑스러운 앤을 다시 한번 만나보길 권해본다. 자신의 인생이 누군가에게 휘말리지 않고, 스스로 깨닫고 성찰하며 꾸려나갈 수 있음을 깨우쳐 주는 주근깨 빨강 머리 앤을.

<출처 예스24>



데미안 (헤르만 헤세)

중학생 때였나 고등학생 때였나? 청소년이 읽어야 할 고전 필독서로 읽은 후 성인이 되어 읽은 기억이 없었다. 최근 고전 다시 읽기를 하고 있는데 그중 한 권이다. 


데미안을 읽었던 청소년 시절의 나는 너무 맑았다. 사춘기의 고뇌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도 몰랐다. 그러니 데미안이 제대로 읽혔을 리 만무했고, '고독하고 쓸쓸했다'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그 시절 선생님 나이보다 많아진 지금 다시 읽은 데미안이 왜 '알을 깨고 나오는 자신을 이야기'한다고 했는지 알 듯하다.

화목한 가정에서 독실한 신앙을 가진 싱클레어가 다른 세계를 만나며 성장하는 소설이다. 그 속에는 데미안이라는 친구가 깊이 파고들어 나만의 작은 성이었던 싱클레어의 세상이 점점 다른 세상과 만나며 파이가 커져간다.

하나의 세계가 전부라고 생각했던 싱클레어의 삶에서 또 다른 세계가 들어오면서
- 내면의 자아 탐구를 이야기한다.
-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 삶은 우리가 사력을 다해 애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 자신만의 세상에 있는 사람은 밖으로 나아갈 수 없다. 알을 깨고 나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만나야 성장할 수 있고 자신의 내면의 이야기를 좀 더 가까이 들을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 싱클레어는 크로머라는 친구로 인해 자신의 인생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어둠의 세계를 처음 경험하게 된다.
- 동생을 죽인 카인이 영웅이라고 말하는 데미안의 말에 자신이 생각했던 가치의 기준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의문을 가지면서 싱클레어는 또 다른 세계를 고민하게 된다.
- 악마의 세계에서 살아온 도둑 중 한 명은 회개하고, 한 명은 회개하지 않았다. 싱클레어는 회개한 도둑이 벌을 받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데미안은 자신의 삶을 책임지고, 벌을 받는 쪽을 선택한 도둑이 더 나은 인간이라고 주장하며 싱클레어의 사고를 흔들며 다른 방식의 사고방식을 고민하는 계기가 된다.
- 싱클레어는 '베아트리체'를 만나 살아왔던 밝은 세계에서 어둠의 세계로 빠져 살았던 자신의 방황하던 청소년기에서 두 가지 세계를 오가며 그것이 함께 공존해야 함을 알아 가는 과정의 단초가 된다.
-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  "무엇이든 '우연히' 발견되고, '우연히' 시작되는 것은 없다. 사람이 무언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이루어진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나를 얽매 오더라도,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고 집중해야 한다. 우리들 마음속에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원하고, 우리들 자신보다 모든 것을 더 잘 해내는 누군가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나'란 존재가 어떤 삶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내가 모르는 삶을 만났을 때 나는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는가?  새로운 세상을 만났을 때 내면의 나는 어떤 시선으로 그것을 바라보는가?

의문을 가지게 된다. 

우리는 매일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앤이 하는 말처럼 내일은 항상 흠이 없는 새로운 도화지를 만나는 것일 테니 말이다. 알지 못하는 세상을 만나면 어른이 된 나는 거부할지도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그것을 유연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인간이 되어야 하는데 과연 나는 그런 존재인가?

이러한 의문들을 떠올리며 자신을 되돌아보고 알에서 깨어나 나아갈 수 있는 자신을 다짐하게 만드는 책이다. 선생님의 권유로 읽은 데미안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어렵고 쓸쓸했다는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다시 한번 정독해보길 권해 본다. 

'나는 어떤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말이다.

<출처 예스24>




라틴어 수업 (한동일)

한국인 최초, 동아시아 최초의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 변호사이자 가톨릭 사제인 한동일 교수가 서강대학교에서 진행했던 라틴어 수업(초급)을 정리해서 내놓은 책이다.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이라는 부재가 훨씬 마음에 와닿는 책이다. 책 제목은 '라틴어 수업'이지만 타 학교뿐 아니라 일반인 청강생까지 찾아오게 만든 수업은 부재에 담긴 메시지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책은 분명 총 28개의 챕터별 라틴어 수업으로 이뤄진 책이다. 각 챕터별 라틴어 문구와 단어를 배운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면 이 책은(수업은) 라틴어보다는 삶을 배운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각자 자기를 위한 '숨마 쿰 라우데'
이 말은 유럽의 대학에서 졸업장의 '최우등'을 표시할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여기에 쓰인 단어를 분석해보면, '가장 높은, 곡하기의, 정상의'라는 의미의 형용사 '숨마'와 '쿰'이라는 전치사, '찬미, 칭찬'을 의미하는 명사 '라우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중략)
학생이 자발적으로 공부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학생의 개인적인 성장이지 타인과의 비교가 아닙니다.
(중략)
이렇게 긍정적인 스펙트럼 위에서라면 학생들은 맘과 비교해서 자신의 위치에 대해 우월감을 느끼거나 열등감을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스스로의 발전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남보다' 잘하는 것이 아닌 '전보다' 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이러한 유럽 대학의 평가 방식에서 시사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타인의 객관적인 평가가 나를 '숨마 쿰 라우데'라고 하지 않아도 우리는 '숨마 쿰 라우데'라는 존재감으로 공부해야 하느냐는 겁니다. 우리가 스스로 낮추지 않아도 세상은 여러모로 우리를 위축되게 하고 보잘것없게 만드니까요. 그런 가운데 우리 자신마저 스스로를 보잘것없는 존재로 대한다면 어느 누가 나를 존중해주겠습니까? 우리는 이미 스스로에게, 도 무언가에 '숨마 쿰 라우데'입니다.


이 책을 보며 은유 작가의 문장이 떠올랐다. '다독 가라기 보다 문장 수집가로, 서사보다 문장을 탐했다. 우표 수집가가 우표를 모으듯 책에서 네모난 문장을 떼어 내 노트에 차곡차곡 끼워 넣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차곡차곡 끼워 넣을 문장이 많아 한참이 걸렸다. 화면 캡처를 뜨고(요즘 책을 리더기로 읽는다.) 공유를 하고, 타이핑을 했다. 단순히 라틴어 수업이 아닌 인문학, 철학, 역사, 사상, 자기 계발 등이 총망라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옆에 두고 읽고 또 읽어보아도 좋을 책이라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다. 

아직 읽지 않았다면 지금 바로 '라틴어 수업'에 빠져보시길...

<출처 예스24>



세상에는 인생을 바꿀 만큼 좋은 책들이 많다. 읽은 책을 다시 보고, 정독하며 메모하며 보는 것도 좋은 독서 습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기에 읽은 고전문학들을 다시 읽으며 새로운 시선을 느낀다. 이미 보았다고 생각했던 도서를 다시 읽어 보면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되기도 한다.


올해 읽은 좋은 책들을 꾸준히 소개해 봐야겠다. 감동은 공기처럼 퍼져야 커질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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