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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Jan 13. 2019

지루함은 만족스러운 삶을 창출하는 최적의 공간

마크 A. 호킨스, <당신은 지루함이 필요하다> 두번째 이야기



소득 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웠다. 성인이 된 후 공허한 시간을 즐겨본 적이 있나 싶을 만큼 쉬지 않고 무언가를 했다. 이직을 할 때도 24시간 기계 돌리듯 쉬지 않고 다음 날 다른 직장으로 출근했다. 퇴근 후에는 운동, 약속, 자기 계발 등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그런 삶에서 벗어나야겠다 마음먹은 것이 서른이었다. 마크 A. 호킨스의 <당신에게 지루함이 필요하다>에서 말하는 끊임없이 새로운 무엇인가를 찾을 때 번아웃 현상이 온다고 말하는 바로 그 상태였다. 너무 지쳐 인도로 떠날 결심을 했다. 그곳에 가면 무념무상으로 지내도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일상을 탈출하고 싶었던 욕망의 시작이었다.     


유독 시간의 공허함을 즐길 줄 몰랐던 나는 늘 자신을 괴롭히느라 바빴다. 지루함이란 곧 게으름이라는 사회 통념이 내 몸 깊이 자리 잡고 있었으리라.      


“지루함의 올바른 활용법을 배우면, 지루함은 명상으로 가는 강력한 매개체가 되고, 만족스러운 삶을 창출하는 최적의 공간이 된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때 이 문구가 와 닿지 않았다. 왜 지루함이 삶을 창출하는 최적의 공간이 된다는 말인가? 한참을 고민했다. 한 번 읽은 후 포스트잇을 붙여둔(꽤 많은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페이지를 열어 다시 읽어보고 직접 타이핑해 보았다. 그렇게 세 번째 정독을 하고 나니 지루함이 인생의 방향을 잡는데 필요한 시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서른에 인도로 떠나 무념무상의 삶을 꿈꾸던 감정과 다르지 않았다.      


우리의 인생은 희로애락이 있다. 화남, 짜증, 분노 등의 부정적 감정에도 가치가 있고 전하고자 하는 내면의 목소리가 있다. 지루함 또한 마찬가지다. 지루함 속에 피어나는 감정에 충실하면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낼 수 있다.      


“지루함은 생각이 자라고 발전할 공간도 제공한다. 지루함 속에서는 당신이 알고 있던 모든 정보가 무의식 속에 있는 다른 모든 정보와 만나 배양되고 혼합될 기회를 얻는다. 마법은 이때 일어난다.”     


책에서 권하듯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 한두 시간 동안 침묵 속에 그냥 앉아 있는 시간을 가질 자신은 아직 없다. 지루함을 만들어서 마법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지루함을 느끼는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며 마법을 만나 보고자 한다.     

 

혼자 일하고 있는 요즘, 유독 지루함을 느끼는 순간을 자주 만난다. 책을 읽기 전에도 지루함이 반가웠다. 늘 정신없이 바빴고 챙겨야 할 일이 많았던 삶에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지루함,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을 지루함을 나름대로 즐기고 있었다. 책을 읽은 후 지루함의 시간을 활용하는 법을 트레이닝 중이다.      


지루해서 미치겠다는 말 대신 “지루함에 대해 철옹성을 쌓은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철옹성을 쌓은 셈이다.”라는 니체의 말처럼 무너진 철옹성 넘어 내면의 나는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보내 볼 생각이다.


@ Photo by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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