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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Dec 12. 2018

미련은 습관 속에서 질식되어 버렸다.

귀스타브 플로베르, <보바리 부인>


땔감이 다 떨어져서든 아니면 지나치게 많이 쌓아 올려서든 불꽃은 사그라 졌다. 사랑은 부재로 인해 조금씩 식어 갔고, 미련은 습관 속에서 질식되어 버렸다.


- 귀스타브 플로베르, <보바리 부인> -

이 소설을 청소년기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꽤 지루해서 완독은 하지 못했었다.

최근 고전 읽기를 하면서 선택한 이 책을 읽으며 '집착'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 문학적인 고찰이나 평가는 차치하고서 스토리로 보면 일상에 대한 불만으로 삶을 살다 간 보바리 부인의 생에 대한 이야기다. 그녀의 내면에 감춰진 갈등과 고뇌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지 않는다. 갈등이나 고뇌를 하지 않으니 다룰 수 없었겠지.  '집착'의 시작과 끝을 보여주며 그것이 얼마나 삶을 잔인하게 누르는지 알게 해주는 소설이었다.

로맨스에 집착하는 보바리 부인
불가능한 연애에 집착하는 보바리 부인
삶의 대한 불만족에 집착하는 보바리 부인

철학자 자크 라캉은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라고 했다. 이 책은 집착에서 오는 욕망이 인간을 파멸로 몰고 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보바리 부인은 마음이 아픈 여인의 삶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초 사실주의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에서 나는 저 문구가 가장 인상 깊이 남았다.

욕망은 적으면 꺼져버리고 많으면 불꽃이 되어 사그라든다. 사랑은 자신의 마음관리가 되지 않으면 식어가고, 욕망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 자신이 질식되어 버린다. 나는 저 문장을 그렇게 해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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