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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May 11. 2018

'기다림'은 어떤 형태로든 답을 만난다.


기다림...
애타게 무언가를 기다리는 세 여인이 있다.  


01. 여인 1

그녀는 투자자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꽤 오랫동안 공들여 만든 서비스가 곧 론칭될 예정이다. 며칠 전 서비스 테스트를 하다 마음이 급해져 앞뒤도 없이 메시지를 보낸다.


‘내일 스케줄이 어떻게 돼?’

다음날 사무실로 달려가 이슈들을 나열하고, 정리했다. '휴... 고쳐진다니 다행이다' 하며 돌아올 만큼 가까운 지인이다. 스타트업 시작 후 자신이 가진 많은 것을 내려놓고, 2년을 달려왔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여기까지 왔다. 그 시간을 견뎌낸 그녀의 인내와 용기를 알기에 나 역시 투자자의 답변이 기다려진다.


론칭하고 나서 지출되어야 할 마케팅 비용, 개발 비용, 유지보수 비용... 지금 가장 필요한 건 'money'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사용하고 사라진 것도  'money'다.

기다림을 힘겹게 보내지 않기 위해 분명 열심히 애쓰고 있다 했다. 결국 폭식으로 시간을 힘겹게 보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살을 빼느라 '타임 다이어트' 진행 중이다.  지인 중 평온함을 가장 잘 유지할 줄 아는 1人인데, 그녀에게도 '투자자의 답변'은 애타는 일이긴 한가보다.

돈이 호락호락 나오는 것이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러니 열심히 준비했고, 열심히 기다린다.

이번 달 론칭을 위해 실리콘밸리로 떠나는 그녀의 성공을 기원하며... 기다림의 끝이 달기를 기대한다.

메튜~ 어서 입금하라규!!!



02. 여인 2

그녀는 병원 검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건강검진을 받고 '정밀 검사'를 요한다는 메시지가 전달됐다. 조직검사를 위해 살(?)의 일부를 떼어냈다. 웬만하면 '대형 병원' 가라는 말을 하지 않았을 거라며 너무나 힘겨워한다.


지금껏 살면서 대형 병원 갈 일이 없었던 그녀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며 풀 죽어지낸다. 위로의 말도 필요해 보이지 않는다. 그저 함께 시간을 기다려주는 것뿐. 남편과 아이와 함께 아무 일 없듯 일상을 보내고 있으리라.

기다림을 견디는 그녀의 방법은 '청소'다. 남편도 놀랄 정도의 빗질과 걸레질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늘도 청소 중’이라는 메시지를 보내온다. 얼마나 청소를 열심히 하고 있을지 안 봐도 눈에 선하다. 늘 외부 활동으로 바쁜 그녀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집안 청소'라니! 자신의 멘탈 관리는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결과지를 받더라도 씩씩하게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할 것을 안다. 하지만 '아무 이상 없음' 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건강했고, 앞으로도 건강할 그녀의 기다림은 다행히 날짜가 정해져 있다. 답변을 받으면 행복한 고민을 하겠지?  

"오늘 맥주 뭐 마셔???"

 


03. 여인 3

그녀는 출판사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나다.ㅜㅜ)

수분이 빠져나갈 것 같던 두 달의 시간을 보내고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했다.  


하루하루가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의 시간처럼 보내고 있다. 그녀의 하루하루를 너무 잘 알기에 떨리는 시간을 공감(?)한다. 책 한 권을 쓰기만 하면 욕심’ 부리지 않겠다더니 사람의 욕심은 끝도 없다. 가르침을 준 작가님의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을 받으며 일단은 버티고 있다.

기다림을 버티는 그녀의 방법은 자신의 글을 읽고 고치며 교정을 본다. 글을 쓰던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읽고 읽고 또 읽는다. 교정하고 교정하고 교정한다... 책 한 권을 매일 두세 번씩 읽고 있다. 툭 치면 내뱉어질 만큼 외울지도 모르겠다. 이젠 누가 쓴 글이며, 무엇을 고쳐야 할지도 모를 때가 있다.

책 출판은 그녀 인생 꿈이었다. 기다림의 시간은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행복한 이유가 거기에 있으리라.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희 출판사에서 출간하고 싶습니다.


하며 연락이 오는 날이 있겠지. 그럼, 너무 행복하겠지? 아마 기다림의 시간 따위는, 수분이 빠져나갈 것 같던 기억과 바늘로 찌를 듯한 기억의 시간 따위는 언제 그랬냐 싶겠지?



세 여인의 시간이 흘러간다... 째깍째깍째깍... 기다림의 시간이 줄어든다... 째깍째깍째깍



마음속 깊은 곳의 '기다림'은  바닷물이 갈라진 길에 혼자 서 있는 기분이 든다. 갈라져 있던 짜디짠 바닷물이 자신을 덮쳐 빠뜨릴지, 신발을 잔잔히 적셔오며 도망갈 틈을 줄지, 바닷물을 가르며 다른 길로 안내할지 우리는 모른다. 혼자 있는 기다림의 시간이 그저 '외롭다.' '힘겹다.' '두렵다.'


도착할 날을 뻔히 알면서도 택배가 기다려지는 날이 있다. 혹시 오늘 오지 않을까?

무엇이든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곳에 집중된 정신은 쉬이 돌아오지 않는다. 도무지 애를 써도 자동문처럼 돌아가버린다. 기다리는 일이 '시간은 꽤 걸리지만 때가 되면 이루어질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진다면 쉬워질 테지... 다만, 그런 자신감을 온전히 가지기 쉽지 않을 뿐이다. 세 여인 모두 쉽지 않지만 그런 자신감을 가져봐야겠지. 그래야겠지. 그것이 맞다.


'기다림'은 어떤 형태로든 답을 만나게 되어있으니 버텨본다.


자!
다이어트를 하고,
청소를 하고,
교정을 보자.

그렇게 기다려보자.

세 여인의 기다림은 끝이 났다.
* 여인 1 : 메튜의 적극적인 구애로 투자 계약서 도장을 찍었다. 다음 날 '입금완료' . 실리콘밸리로 가는 그녀의 발걸음이 가벼워질 듯하다. 기쁘다.     
* 여인 2 :  "오늘 맥주 마시자!!" 그녀의 전화다. 하하하!!! 기쁘다. 같이 축하주를 거~하게 마셨다. (캔맥주 두 개씩^^ㅋㅋ)  
* 여인 3 :  그렇게 기다리던 출판사의 연락을 받고 심장 관리 하느라 애를 썼대나 뭐래나. 기쁘다.    

기다리는 일이 끝나면, 머리 위로 빠져 있던 ‘정신’이 '쿵!' 하고 들어온다. 그때 좌우로 머리를 흔들어 일상의 ‘나’를 불러본다. 다시 한번 흔들어 '현실'임을 확인한다. 이런 상태를 ‘정신 차렸다'라고 하는 것이겠지. 세 여인의 '정신'이 돌아왔고 '정신'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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