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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May 07. 2018

너는 사람을 사귄다고 생각하는구나?

너는 사람을 사귄다고 생각하는구나?


아는 분이 나에게 말했다. 아! 난 그렇게 생각하나???


그렇지 않아도 지난 두세 달간 나의 ‘인간관계’를 깊이 되돌아보았다. 그것을 위해 오롯이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 어떤 사람과 만나는지, 사귀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좀 더 세밀하게 살펴봤고 깊이 고민했다. 한데 생각하지 못한 표현을 들으니 다시 한번 면밀히 봐야겠다 싶다.

사람을 사귄다.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한다.

단, 새로운 사람에게 흥미를 느끼기보단 알고 지내던 사람과의 관계에 더욱 힘을 쏟는다. 한 사람을 깊이 사귀는 성향을 가졌다. 중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나의 시간을 할애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가까운 사람과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공감하며 깊이 알아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사람과 표면적으로는 남이지만 심적으로 연결된 느낌을 받는다. 영화 <아바타> 나비족의 샤헤일루와 비슷한 감정이라고나 할까?


영화 <아바타> 속 나비족 :
판도라 전역에 분포하며 인구는 우림지에 집중되어 있으나 산간 지역과 늪지대뿐 아니라 각 대륙의 극지대 인근까지 다양하게 분포한다. 매끄러운 청록색 피부에 인간의 지문처럼 각기 다른 발광성 무늬가 있어 각각의 개체를 인식하거나 기분을 표현하는데 사용된다. 큐를 연결하는 행위를  '샤헤일루(Tsahaylu)라고 한다. 동물을 탈 때도, 식물들과 교감할 때도 큐를 사용하여 정신적 교감을 느낀다.
영화 <아바타>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의 샤헤일루

물론 그런 느낌을 가지는 사람은 많지 않다. 꽤 오랜 시간을 함께 했고, 많은 이야기를 공유한 사람에게 느끼는 감정이다. 그래서 연락처는 알지만 시간을 내서 만나지 않는 사람은 '아는 사람' 일 뿐 '지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이론이다.


그러니 사람을 사귄다는 표현이 맞다.



나는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이 힘들다.

나를 이야기해야 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서로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나는  좋아하는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나누고 싶다. 그러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 일은 쉽지 않다. 새로운 사람을 알기 위해서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을 할애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생각해보면 최근 몇 년간 알게 된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적다. 더 이상의 깊은 관계가 필요하지 않거나, 혹은 매력적인 사람을 못 만난 이유가 될 수 도 있겠다. 또는 알아가는 과정 중에 있는 사람 이리라. 꽤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짧은 시간에 깊이 사귀는 사람이 적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왜 당신은 나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나요?' 나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물리적이며 절대적인 시간,  그것을 함께 하며 마음을 나눠야 친구가 된다. 보통 나의 인간관계가 그렇다.


그러니 사람을 사귄다는 표현이 맞다.




나의 이론(?)은 이렇다. 얼굴을 안다고 모두 친구가 아니다. 마음을 나눠야 친구다. 빠른 시간 내에 가까워지는 사이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오랜 시간 진득이 묵혀지는 된장처럼 그런 관계를 원한다. 마음이 상하는 일이 있어도 크게 다치게 않고 돌아올 수 있는 그런 관계를 원한다. 서로의 시간을 충분히 나눠주는 관계를 원한다. 오랜 시간 서로를 이해하며 알아가고 마음을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야 따뜻하다. 그래야 포근하다.

그러니 사람을 사귄다는 표현이 맞나 보다.


그분은 말했다.

"나는 네가 궁금해. 너란 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너란 아이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궁금해. 그래서 너를 만나는 거야. 나는 사람을 만날 때 궁금해서 만나. 나는 사귄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 것 같아."


아!

사람을 만나는 기준은 다 다르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싶었다. 그래. 생각해보면 그분과 나의 연결고리는 딱히 없다. 아는 지인의 지인으로 모임에서 합석하게 됐고, 같은 일을 하다 보니 업무적으로 알고 지내는 사람과도 연결되어있을 뿐이었다.


어느 날, '밥 먹자' 메시지가 온다. 그래서 1-2년에 한 번씩 만나 점심을 먹는다. 그게 전부다.

나는 유쾌하고 명석해 보이는 그분이 좋았고, 그분은 내가 궁금했다. 그렇게 벌써 15년이 넘게 만나고 있다.

하하하. 인간관계란, 사람을 만나는 기준이란, 참으로 다르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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