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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Dec 21. 2018

안나 카레니나 (그리고 레빈)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그 일에 대해 남편에게 말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돼. 그것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중요성을 부여하는 꼴이 되는 거야."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안나의 남편)

용서했다는 기쁨으로 문득 자기의 고통이 가벼워짐을 느꼈을 뿐만 아니라, 전에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정신적 평안조차 느꼈던 것이다. 그의 고통의 원인이었던 것이 정신적 기쁨의 원천이 되었고, 그가 비난하고 질책하고 증오할 때에는 해결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것이 용서하고 사랑하자 간단하고 명쾌하게 정리되었다.


브론스키(안나의 연인)

그때 그는 자기가 불행하다고 생각했지만 행복은 그의 앞에 있었다. 지금 그는 최고의 행복은 이미 과거의 것이 되어버렸다고 느꼈다.


레빈

레빈은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듣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언어는 그에게서 그가 본 것의 아름다움을 빼앗아가기 때문이었다.

레빈은 자기가 도대체 무엇이며 왜 사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하면 해답을 얻지 못하고 실의에 빠지곤 했다. 그러나 이러한 질문을 멈추고 나면, 그는 어쩐지 자가기 무엇이고, 왜 사는지에 대해 알고 있는 듯했다. 왜냐하면 확고하고 분명하게 행동하고 생활했기 때문이다.
만일 선이 원인을 가지고 있다면 그 선은 이미 선이 아니야. 만일 선이 그 결과로 보상을 받는다면 그 선 또한 선이 아니야. 따라서 선은 원인과 결과의 고리를 초월한 것이야.

-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

이 책은 안나 카레니나의 사랑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랑과 함께 시대의 이슈, 작가의 사상을 마음껏 펼친다. 안나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레빈은 작가의 사상을 이야기한다. 톨스토이 작품 중 가장 뛰어난 소설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다. 고급스러우면서도 어디 하나 의문 가는 구석이 없다. 그것이 사랑이든, 시대적 이슈든, 아기를 낳는 안나의 모습이든, 레빈의 늙은 형이 하는 결혼에 대한 갈등이든 무엇하나 허투루 읽히는 것이 없다. 모든 글에서 작가의 무게감이 느껴지며 그로 인해 소설이 아닌 한 권의 사상 책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그리고 한 문장 한 문장 오롯이 느끼며 읽어보기를 권한다. 어제 완독하며 책을 내려놓았지만 곧 다시 한번 읽어볼 예정이다. 톨스토이의 문장 속으로 끝없이 들어가 보고 싶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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