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12가지 신소재> 사토 겐타로
문명의 기반이 된 '철'부터 미래를 이끌 '메타물질'까지!
고등학교에 강의를 나갔다가 학생들의 요청에 의해 5년 만에 탄생한 책이라고 한다. 저자는 재료가 변혁을 위한 '속도결정단계'라고 생각하고 인류에게 극적인 변화를 가져온 12가지 신소재와 역사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때는 중고등학생에게 꽤 유익할 것 같았는데 읽어보니 어른인 내게도 꽤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그가 선택한 신소재는 금으로 시작하여 실리콘에서 AI로 마무리된다. 자연계에서 채집한 그대로의 재료와 그것을 가공한 것, 자연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플라스틱과 같은 인공 재료들도 등장한다. 자연계든 인공계든 새로운 신소재는 인류에게 극적인 효과를 가져왔으며 또 다른 신소재가 인류에게 새로운 시대를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와 설렘을 주는 책이다.
1장, 인류사를 움직인 찬란한 빛 금
지금도 여전히 금에 대한 갈망을 가진 인간은, 왜 금에 현옥 되었을까? 언제나 밝게 빛나고 반짝이면서 오래되어도 낡거나 녹슬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채굴된 금의 양은 전 세계에 있는 모든 금을 합쳐도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수영장의 세 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니 변함없지만 귀한 물건임에 틀림없다. 인류가 맨 처음 가치를 부여한 것이 금이었고 금을 차지하기 위해 투쟁했고 경제가 탄생하게 된 최초의 물질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금은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이며 희소성이 높아 앞으로도 가치는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다.
2장, 만 년을 견딘 재료 도자기
인류 최초의 발명품인 그릇은 안전한 식생활을 가져온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도자기는 목적에 따라 단지, 주발, 병, 두레박, 독, 시루, 잔, 솥 등 놀랄 만큼 다양하게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그릇을 활용하면서 인류는 안전하게 식량을 확보하고 전염병 또한 예방할 수 있었다. 토기는 인류가 번영하는데 아주 큰 기여를 한 셈이다.
3장, 동물이 만든 최고의 걸작 콜라겐
인간이 먹이사슬 꼭대기로 올라선 까닭은 콜라겐의 삼중 나선 구조를 활용한 강력한 접착제 덕분이다. 이는 강력한 화살을 만들기 위해 탄성이 높은 뼈와 힘줄뿐 아니라 이것들을 목재에 단단히 붙여야 했다. 콜라겐의 도움으로 활과 화살이 개발되어 동물들에 비해 뒤쳐져 있던 인류는 힘센 동물을 안전하게 사냥을 하면서 단숨에 먹이사슬의 정점에 오르게 된 셈이다. 몽골제국이 세계를 정복할 때도 복합 활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콜라겐은 수명 연장의 꿈을 실현해 주고 있다. 재생 의료의 필수 재료로 주목받고 있으며 자신의 세포를 바탕으로 재구축한 다음 이식하는 치료법에 사용되고 있다. 동물이 만들어낸 최고의 재료는 단연 콜라겐이 되며 콜라겐 활용 분야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4장, 문명을 이룩한 재료의 왕 철
지구에 철은 다른 금속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우주는 탄생한 지 약 138억 년쯤 되었는데 전체 원소의 93%인 수소와 헬륨을 합치면 99.87%를 이룬다. 이러한 우주의 모든 원소는 언젠가 분열을 통해 철로 바뀌게 되고 철의 비율이 늘어나면서 아주 먼 미래에는 철만 가득한 공간이 바로 우주의 미래 모습이다. 지천에 널린 철을 가공하게 되면서 괭이, 낫 농기구를 만들어 농업의 효율을 높였고 건축에도 큰 도움이 되면서 농사를 좀 더 효율적으로 짓고 집을 지으며 인류는 문명을 이루기 시작했다. 철이 곧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강철 생산량이 국가의 힘을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산업혁명 후 영국이 2차 세계대전 후 1970년경까지 미국이 압도적 선두, 소련이 붕괴된 후 일본이 선두였으나 1990년 후반부터 중국이 전 세계 점유율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철이 재료의 왕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5장, 문화를 전파한 대중매체의 왕 종이(셀룰로스)
종이는 중국의 채륜이라는 인물이 나무껍질이나 모시 조각과 찢어진 어망 등을 원료로 삼아 질긴 종이를 발명했다. 보존하기 쉽고 운반하기 편한 종이는 문화를 전파하고 역사를 기록했다. 종이의 혜택을 의식조차 하지 못할 만큼 우리 생활에 깊이 침투해있다. 2000년간 인류의 곁에 있었던 종이(=셀룰로스)는 거대한 성장 잠재력이 있다. 식물에서 얻은 셀룰로스 섬유를 무려 수십 나노미터쯤 되는 크기로 분해한 물질이 나노 셀룰로스인데 이는 전기를 통과시키는 종이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를 탄소섬유 대신 항공기나 자동차에 쓰면 연료 사용을 줄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여준다. 나노 기술 시대의 종이는 강함과 우아함을 겸비한 우수한 재료다.
6장, 다채로운 얼굴을 가진 천생 배우 탄산칼슘
탄산칼슘은 석회암의 형태로 대량 산출된다. 탄산칼슘의 용도는 시멘트의 원료라는 것이다. 로마는 753년 지중해 세계를 제패했고 눈부신 꽃을 피워냈다. 로마가 오랜 기간 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던 힘은 도로, 수도, 건축물과 같은 인프라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은 정비된 로마의 도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말이며 이는 시멘트의 위력으로 가능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7장, 제국을 자아낸 재료 비단(피브로인)
보드라운 촉감과 반들반들한 광택, 오래 사용해도 튼튼하고 다양한 색조로 물들이면 아름다운 직물로 탄생하는 것은 피브로인을 주성분으로 하는 비단이다. 누에가 갓 토해낸 실에는 피브로인인 둘레를 세리신이라는 단백질이 감싸고 있다. 세리신을 제거하면 수많은 빈틈이 생겨 습기가 들어가기 때문에 비단은 흡수성이 뛰어나고 열을 차단해주어 보온성도 뛰어나다. 고대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단은 귀한 대접을 받으며 여러 상인의 손을 거쳐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8장, 세계를 축소한 물질 고무(폴리아이소프렌)
구기 종목의 공은 고무가 발견되면서 공의 재료로 사용되면서 탄력도 다르고 튼튼해졌다. 고무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호날두는 탄생할 수 없었을 만큼 고무의 발견은 인류에게 큰 변화를 가져왔다. 신축성이 뛰어난 고무는 위대한 발명품인 타이어가 탄생하였고 자동차의 세계를 탄생했다.
9장, 혁신을 가속한 재료 자석
에너지를 가하지 않아도 거리와 차단막을 뛰어넘어 물체를 끌어당긴다. 희소 금석이 아닌 자석은 수량이 풍부하고 인공적으로 싸게 만들 수도 있다. 자석이 남북을 가리킨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나침반을 만들게 되었고 이는 대항해시대를 열어주었다. 자석이 편각을 가지고 지구의 남북을 가르키는 이유는 지구의 내핵에서 녹은 철 등이 자전의 영향을 받아 전류를 발생시키고 전류가 자기장을 만들어 철의 형태로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10장, '가벼운 금속'의 기적 알루미늄
가벼운 금속 알루미늄의 역사는 200년도 채 되지 않는다. 대량생산 체계가 확립된 것은 20세기 이후이다. 자연계에서 대량으로 발견되어 무기나 방호구로 이용되었더라면 전 세계의 역사가 달라졌을 것이다. 가볍고 단단하고 안전하며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다. 강철 등과 비교했을 때 강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를 보강하기 위해 구리, 마그네슘, 망간을 소량 첨가하면 강도를 크게 높일 수 있어 항공 분야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항공기 설계 기술은 알루미늄으로 급속도록 발전했다. 비행기로 여행하는 일이 당연한 시대가 된 것은 알루미늄의 혁명이라고 볼 수 있다.
11장, 자유롭게 변화하는 만능 재료 플라스틱
우리는 플라스틱 섬유로 된 옷을 입고,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플라스틱 식기로 음식을 먹으며, 플라스틱 카드로 돈을 낸다. 역사를 통틀어 플라스틱만큼 많은 영역을 빼앗은 것도 없다. 2000전 로마제국 황제 티베리우스는 깨지지 않는 플라스틱 잔을 가져온 장인의 목을 쳐 플라스틱의 제조법을 알리지 않았다. 그때부터 플라스틱이 있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지구가 될 것 같아 황제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19세기 후반에 탄생한 플라스틱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폴리에틸렌으로 만든다. 이 편리한 플라스틱은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지만 세계 각국에서 줄이려는 움직임이 가장 큰 재료이다. 플라스틱은 유기물을 쉽게 흡착하므로 각종 독성 물질을 농축해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걱정스럽다.
12장, 무기물 세계의 선두 주자 실리콘
실리콘 반도체만큼 극적인 발전을 계속하는 분야도 인류 역사상 없을 것이다. 2000년도 전에 해적의 본거지였던 안티키테라란 작은 섬에 30개 이상의 톱니바퀴로 이루어진 태양과 달의 움직임을 완벽히 재현한 컴퓨터가 있었다. 근래는 인공지능이 점점 더 우수한 신소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인류 최강의 바둑 기사를 무너뜨릴 정도가 되었다. 실리콘 반도체는 눈부신 속도로 발전했다. 몇 번이나 한계란 말을 들으면서 반세기가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극적인 발전을 계속하고 슈퍼컴퓨터를 뛰어넘는 능력을 갖춘 머신이 우리 손에 들어갈 만큼 작아졌다. 근래에 탄생한 인공지능은 점점 더 우수한 신소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류의 능력을 뛰어넘어 더 우수한 인공지능을 설계하는 '싱귤레리티(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시점을 말하며, 인공지능의 미래를 상징한다.)가 자주 거론되고 있다.
마지막 장, AI가 좌우하는 '재료과학' 경쟁의 미래
재료란 '물질 중에서 인간 생활에 직접 도움이 되는 것'이다. 재료란 원료를 간단히 구할 수 있고, 대량생산이 가능해야 하며, 가공하기 쉬워야 한다. 인체에 무해하고 환경 부담이 적아야 한다는 등의 조건도 만족해야 한다. 오늘날은 신소재를 자연에서 찾거나 개량하지 않고 연구자가 새롭게 창조해낸다. 처음부터 완성품의 형태로 나오는 것이 없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성능과 제조법이 개량되므로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재료는 여태까지 상상하지 못한 물질이 출연해 인간의 생활양식을 새롭게 바꾼 역사였다. 재료 정보학은 과거에 만들어진 재료의 각종 데이터를 컴퓨터에 학습시킴으로써 새로운 성지의 재료를 예측하는 기법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활용한다. 3D 프린터로 제품을 만들어내는 내는 시대는 이미 눈앞에 와 있다. 이제 우리는 무한에 가까운 재료의 우주에서 극히 일부부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인 시대에 살고 있다.
인류의 역사 속 '재료'의 발견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과정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수많은 재료들의 발견이 이어졌을텐데, 인류의 우수한 두뇌가 수많은 시행착오와 연구를 통해 인간에게 유용한 물질을 만들어낸 것이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한다. 책에서 뽑은 재료는 12가지, 미래를 상징하는 AI까지 하면 13가지이지만 실제 더 많은 재료를 찾았고 그것으로 역사가 변화하지 않았겠는가. 그중 저자가 뽑은 재료를 읽어내면 그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그만큼 중요한 재료이기 때문이고 그가 어떤 이유로 이 재료들을 선정했는지 백분 이해됐다. 우리의 역사가 무엇에 의해 비약적인 발전을 해 왔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무엇이 인류를 이끌어갈지에 대해 알게 될 든든한 조력자 같은 책이다. 특히 중고등학생에게 추천하고 싶으니 나는 완독 한 이 책을 조카에게 선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