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째 혼자 점심시간을 보내고 있다. 처음 얼마간은 헤맸지만 어느새 익숙해져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 기다려지기까지 한다. 읽어야 할 책도 마음껏 읽고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본다. 1시간을 나만의 방식으로 보내고 나면 짧은 휴식이 달콤해 오후 시간의 활력이 된다. 물론, 가끔은 혼자 밥 먹기 싫은 날도 있다. 다행히 주변에 지인들이 많아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으니 문제없다.
나만의 시간. 누군가와 공유하는 것에 익숙했던 예전의 점심시간과 달리 나의 시간을 나만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많지 않은 기회다. 짜장면을 혼자 먹고, 정갈한 한정식을 혼자 먹고, 차 한잔 하며 책을 읽는 그 시간이 너무나 달콤하다. 최근 새로운 팀 동료가 들어와 그녀의 직장생활이 익숙해질 때까지 점심을 함께했다. 혼자 보내던 시간이 익숙한 상태라 누군가와 함께 하는 점심이 낯설고 불편했다. 식사량이 많지 않은 나와 달리 매끼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를 해야 하는 동료를 맞춰주자니 힘에 부쳤다. 그럼에도 한 달은 함께 해줘야겠다 생각하며 불편함을 참던 이주가 지나 나는 다시 자유를 찾았다. 다시 찾은 혼자만의 시간이 너무 여유롭고 행복하다. 혼자 살던 집에 생각하지 못한 객이 들어와 신경 쓰이게 하다 소리 소문 없이 떠난 객이 걱정은 되지만 속 시원한 기분이랄까. 갑자기 찾아온 객은 마음 맞는 친구가 아니었으니 불편함이야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불편했던 마음만큼 다시 찾은 자유는 더없이 달콤하다. 읽지 못했던 책을 읽고, 가지 못했던 카페를 가고, 친구를 만나 점심시간을 보낸다. 다시, 숨 쉴 수 있는 자유를 얻은 기분이다. 인간관계에 서툴거나 거부감이 있는 것이 아님에도 언제부터인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가장 최적의 시간이 점심시간이 되었다.
다시 자유로운 시간을 즐긴다. 가장 좋은 것은 점심시간에 자리를 뜨며 누군가에게 점심 따로 먹겠다는 인사를 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업무시간에 포함되지 않는 오롯이 혼자 보낼 수 있는 자유의 시간,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자유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