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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심이 많지만 가장 쉬운 사람

도시 정글 속 30대 생존기

by 문장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평소 지인들은 내게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한 편이라고 얘기하는데,

이런 내가 고심 끝에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면 모든 경계를 허물고 대하는 편이다.


살아가면서 나는 이런 점이 나에게 한 번도 약점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해보진 못 했다.

그러나 나이가 먹어갈수록, 이런 성향이 되려 나에게 칼을 품은 부메랑처럼 다가오는 걸 경험할 때마다

세상이라는 정글 속에서 나는 얼마나 나약한 동물로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회의감이 들곤 한다.


상대가 하는 달콤한 말 혹은 약간의 점수를 얻기 위해 하는 말들

그것들은 사실 내뱉은 자들에겐 큰 의미도 없고 책임감도 뒤따르지 않는 것들일 수 있음에도,

나는 내가 믿어보기로 선택한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에게 한없이 관대해진다.


평소 소위 말하는 '빈말' 따위는 못 하는 성격이라,

내가 상대에게 진솔하면 상대도 응당 나에게 그럴 것이라 착각하는 게 나의 가장 큰 패착이다.

경계한다고 경계하고, 거른다고 걸렀는데도

아직까지도 내가 마음을 연 상대들이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다는 걸 알아차릴 때는 이미 게임이 끝난 뒤다.

일방적으로 상처를 받고 그 치유 또한 혼자 가까스로 해나가고 있는 상태에서야

나는 그들이 나에게 무심코 던진 것들이 참 하찮은 것들임을 깨닫는다.


이쯤에서 나는 고민한다.

과연 나는 그럼에도 계속해서 진솔한 사람이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할까?


여러 번 상처받아도, 그 속에서 혼자서 치유하고 상처받고를 반복하며

언젠가 나에게 손을 내밀지도 모르는 진솔한 사람을 기다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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