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어진 얼굴로 나를 날카로운 눈으로 보면서 남편이 말한다. 둘째 아들이 태어나고 남편의 운동 바지가 편하다. 입고 외출할 때 내 살처럼 느껴져서 입다 보니 익숙해졌다. 그래서 어린이집 입고 나가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남편의 말이 서운하고 속상하다. 누구보다 이쁘게 옷 입고 머리도 이쁘게 하고 싶은 사람은 바로 나다. 하지만 그런 에너지가 없다. 칫. 모르면서.. 잔소리하는 남편이 얄밉다. 레이저를 날린다. 몇 시간 후 하원한 아들이 돌아왔다. 어린이집 가방을 던져놓고 동생에게 달려가서 안아준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미소가 지어진다. 이런 게 가족이구나 행복이라는 걸 느낀다.
내 어린 시절은 외로웠다. 4살 때 교통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 일 나가셔서 혼자 있었다. 가족의 품이 그리웠다. 엄마라는 이유로 무한한 사랑을 주는 아이들에게 고맙고 사랑을 배웠다. 그런 아이들에게 사랑을 되돌려주고 싶고 누구보다 잘 키우고 싶었다. 그렇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두 아이를 키우는 건 한 아이를 키우는 거보다 2배 아님 거짓말 쬐금 보태어 400배 힘들다. 언니들이 두 명 낳으면 진짜 힘들다고 했는데 그 말이 사실이라는 걸 키우면서 알았다.
오후 5시쯤 안방에서 남편이 나왔다.
이번 주 야간조라서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말하지 않아도 남편도 힘들다는 걸 느낀다.현관문에서 "오늘 수고해 "서로에게 짧은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아이들과 나만 텅 빈 집에 남았다. 아무도 오지 않은 섬에 뚝 떨어진 거 같다. 아이들과 놀 때 좋지만 잠잘 때 탈출하고 싶었다. 그만큼 힘이 들었다. 아이들 씻고 나서 안방으로 들어갔다.
10시가 되면 둘 중 누굴 먼저 재워야 밤을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까? 둘째 아들 안고 모유 수유했다. 모유 수유하다 보면 잠을 잤다. 잠이 들어서 바닥에 조심스럽게 눕혔다. 그때 첫째 아들이 동생을 깨운다. 앙 정말 왜 그러는지 화가 난다. 어렵게 잠을 재웠는데 말이다. 방법을 바꾸로했다. 첫째 아들과 함께 누워서 등을 토닥토닥해주었다. 등 뒤에서 둘째 아들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서로 재워달라고 두아이들 운다. 아 이럴 때 누군가 나타났으면 좋겠다.
시간은 보니 짧은 바늘이 12시로 향해간다. 시간이 약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 말이 맞을까?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고 멈춰있는거 같을까 ? 매일 반복되는 밤이 싫다. 핸드폰을 만지작만지작하다가 남편에게 전활 걸었다. 힘들게 일하고 있는건 알고 있지만 아이들 우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아프고.. 멘털이 나갔다. 처음에 친절했던 남편의 목소리가 점점 날카로워졌다. "알아서 해바. 일하고 있어 갈 수 없잖아." 남편의 말이 맴돈다. 남편이 우리 앞에 나타났으면 좋겠다. 하지만올수 없다는 현실에 아이들도 울고 나도 울었다. 그때 마음속에서
"여진아 넌 두 아들의 엄마야"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유리 멘털이지만 이제 두 아들의 엄마니깐 마음이 단단해져야 해. 하면서 나 자신을 다독이며 위로했다. 조리원 언니에게 내 사연을 말하니 쪽쪽이를 해보라고 했다. 오잉? 신세계였다. 통잠을 잤다. 둘째 아들에게 미안했지만 우리 가족을 평화를 위해서 쪽쪽이를 물렸다.
지금은 편안하게 말할 수 있지만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힘든 시간에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오고 싶었다. 시간이 약이라고 하던데. 정말 그럴까? 울고 화내고 웃으면서 하루 버텼다. (내 안에 다중이 있었다) 내일 오늘보다 좋을 거야. 시간이 약이라고 했어. 좋아질 거야. 좋아지고 있어. 하다 보니 내 머리 위에 먹구름이 서서히 지나갔다. 사라질 거 같지 않았던 먹구름이 사라지고 파란 구름이 보였다. 힘든 시간을 우리 가족들 잘 이겨내고 버텼다.
힘든시간도 언제 가는 지나간다. 사람도 시간도 모든 것이 달라지고 변화가 된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살아보니 맞는 말인듯하다. 물컹물컹했던 마음도 단단해졌다. 다중이였던 마음도 조금씩 차분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