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께서는 시장 모퉁이에서 내 두 손을 감싸안으셨다.
"꽃과 그림 너무 고마웠어요.. " 따뜻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2년 전 일이었다. 복도식 아파트 맨 끝집이신 할머니께서는 김치를 담그실 모양인지 배추를 다듬고 계셨다. 나와 아이들은 할머니께 안부도 여쭐 겸 옆에 다가가 자리를 틀고 앉았다. 그럴 때마다 할머니께서는 당신이 아이들 키웠을 때가 생각난다며 그때가 엊그제 같다며 좋아하셨다. 바로 옆 호실에 계셔서 오며 가며 한 번씩 마주치며 그날의 안부를 대신하곤 했다. 그해 가을쯤이었나? 며칠이나 할머님께서 보이지 않으셨다. 걱정이 되어서 인터폰을 눌러보았는데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또 다른 이웃 이모님께 여쭤보니 갑자기 쓰러지셨다고 했다. 몸이 안 좋아져서 큰 병원으로 옮겨야 했지만 큰돈이 들어가야 해서 자식들은 옮기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문병을 가려고 했지만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다 하신다 전해 들었다. 내가 할머니를 위해서 위로할 수 있는 있을까? 고민하다가 색연필을 들고 주황색 장미꽃을 그리기 시작했다. 꽃을 보고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가 그린 꽃이 할머니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픔 마음을 달래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작은 손편지와 함께 옆집 이모님에게 할머니께 전달을 부탁드렸고 그 이후의 소식은 듣지 못한 채 우리는 이사를 했다.
가끔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가던 할머니는 그 후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우연히 동네 시장에서 만나 뵐 수 있었던 것이었다.다행인 것은 연로하신 모습은 감안하더라도 그래도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었다. 이번 계기로 다른 사람을 돕는다는 수단이 물질적인 것일 수도 있겠지만 따뜻한 진심에서 나오는 사랑과 관심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 나이가 돼보기 전에는 모른다. 나도 아주 먼 훗날 할머니가 됐을 때 주변의 스치는 따뜻한 말 한마디는 지금의 나이에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다.